제목

아기천사와 예비엄마

  • 고유번호 : 781
  • 작성자 : 한경미
  • 작성일 : 2007-02-12 07:25:53
100일이 가깝도록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신생아실 왕 언니가 있다. 너무 작게 태어나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 인공호흡기 신세를 지고 여러 가지 복잡한 처치가 따르는 힘든 상황을 견디어 냈었다.
이제는 한숨 돌려 귀찮은 몇 가지 줄들을 떼어 내고, 잘 키워 집에 보내는 일만 남았구나 했었는데, 골 형성에 문제가 있어 어느 날인가부터는 기저귀 가는 것도 만지는 것도 우유를 먹는 것조차 겁이 날 지경으로 자지러지게 울어 이마에 주름이 생길 정도였고 x-ray라도 찍으려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곤 했다.
그런 아기가 요즘은 잠을 깊이 자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은 우유를 그득 먹고도 잠을 안 자고 이리저리 눈을 굴린다. “○○야 뭐하니? 엄마야.” 인큐베이터 문 앞에 얼굴을 대고 물었더니 배시시 웃는다. 한번도 아니고 세 번을 연거푸  ‘아! 애간장이 다 녹는 것 같다. 요렇게 이쁠 수가...’
임신 32주에 저 체중 출생아로 태어난 데다가 쌍둥이여서 팔을 잡았다 하면 ‘툭’하고 바닥에 곧바로 떨어뜨리며 맥을 못 추던 아기. 가끔 숨쉬는 걸 잊어버려 발바닥을 톡톡 맞아 가며 인큐베이터를 지키고 있는 아기가 신호를 보낸다.
나를 오라는 표시이다. 빠는 반사, 울어 버리는 것, 잡는 반사를 배웠고, 어느새 힘이 생겨 얼떨결에 자기 머리카락을 잡았는데 놓은 방법을 모른다.
놓으려고 힘을 주며 줄수록 더욱 움켜잡고 아파서 울고 있다. ‘아이고, 웃어야 할지 같이 울어 줘야 할지’ 귀엽기도 하지만 반갑고 기특한 마음이 더 크다.
유난히도 앙칼지게 울어대던 아이가 몇몇 처치 후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금새 너무도 평온해 하는 이 모습이라니... 천사가 잠든 듯 하다. 겨드랑이를 살짝 들춰본다. ‘혹시 날개가 돋아 나고 있지는 않았을까?’ 평온함과 맑음이 나에게까지 전염되어 잠시 마음이 잔잔해진다.
신생아실 문을 들어설 때는 위급한 상태여서 우리들과 가족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아기들이다.
모두의 정성과 관심에 보답하듯 기운을 차리는 순간부터는 힘들지만 아주 작은 몸짓으로 이렇게 나에게 웃음과 가슴 뿌듯함을 선사하고 있다.
관심을 보일수록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즐거움을 주려는 듯 하다. 난 또 그런 모습에 신이나 작고 조그맣게 만져 주고 속삭여 준다.
빠는 걸 못해 위관 튜브로 우유를 먹던 아기가 젖꼭지로 달라고 우는소리, 배가 고프다고 우는소리, 아프다고 우는소리, 기저귀를 갈아 달라고 우는소리, 놀아 달라는 울음소리 모두가 다르다.
이제는 아기가 토한 것도 더럽지 않고 기저귀 가는 사이에 쏘아 올리는 오줌도 재빨리 두 손으로 받을 수 있다. 잠깐씩 실례하는 응가도 예쁘고 가끔은 냄새도 구수하기까지 하다.
이런 것이 엄마와 자식간의 ‘무엇(?)’이 아닐까. 작은 감동이 있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한해를 맞이하며... 인큐베이터에서 두 살을 맞은 아기들에게  “화이팅”을 보낸다.
(성빈센트병원 신생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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