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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삶의 한 축

  • 고유번호 : 779
  • 작성자 : 한상순
  • 작성일 : 2007-02-12 07:25:16
“뭘 기대 해 ?
뇌사자 장기이식은 아예 기다리질 마, 그 보다 수돼지가 새끼 낳는게 더 빠르겠다, 안  그래요? .....하하하,호호호”
그래, 웃음이 담 넘어 가는 월요일 아침이다. 맨날 무겁게 가라앉은 우리 인공신장실 월, 수,금요일 아침은 이렇게 요란하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뜬  까치들이 맘껏 지저귀는 둥지같다고나 할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재치와 유머로 자신의 삶을  재 창조해 나가는 몇몇 환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몫 단단히 하는  H씨가 옆 환자에게 장기이식에 목숨  걸지 말고 투석생활이나 열심히 하자는 의도로 한마디 하자 여기저기서 우스개 소리로 웃음이 넘쳐난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쩜 그렇게 투병 중에도 밝은 모습과 긍정적인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지 간호사인 나도 부러울 정도다.
평소,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자상한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다복한 가정에 부드러운 엄마’로 생각 했었다.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지난 추석에서야 알게되었다.
추석이 오기 보름전부터 “수 선생님, 나,  추석날 시골 가야 되는데 투석시간  좀 바꿔주세요, 나, 남편 만나고 와야 해요. 안 가면 우리 남편이 얼마나 섭섭해 하는지 몰라요” 하기에 주말부부인줄 알았었다. “2년 됐어요, 회사에서 MT갔다가.....아침에  전철역에서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어주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돼 버렸어요. 그 날이 자기 생일날이어서 그  전날 저녁 케익 사놓고 생일파티는 미리 했었거든요.
그런데 자기 생일이 제삿날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살다보면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현실일때가 많다. 저렇게 밝은  얼굴속에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며칠 전에는 남편의 생일이자  제삿날이었다며 진수성찬을 만들어 가져왔다.  정성이 가득 배인 그런 음식이었다. 그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부인을 두고  남편은 어찌 그리 빨리 갔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찡해왔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신장실의 팽팽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해 주는 그가 더 고마운지  모른다. 더 나아지지도 않고, 평생  혈액투석으로 생명을 이어나가는 삶의  현장이어서 그런지 우리 인공신장실은 항상 무겁고 응급상황이며 예민한 반응들이 많다. 하지만 모두들 나름대로의 삶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간호사들도 그들의 삶의 한축에 중심 꽃 역할을 하려고 부단히 애 쓰고 있다. 
그들이 좀 더 편안하고 한 인격체로 존경받으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언제든 기대 설 수 있게 서 있는 중심 꽃.
(경희대의료원 인공신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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