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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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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미숙
  • 작성일 : 2007-02-12 07:24:40
“또 오셨어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에나 단골이 있다.
MICU(내과중환자실) 역시 단골이 제법 많다. 하지만 우리는 단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골은 예후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ICU(중환자실)는 그래서 그런 단골들조차도 꺼리는 곳이다. 간혹 일반병동에서 상태가 안좋아졌으면서도 ICU에 오는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환자도. 보호자도... 아마도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느껴서 일까.
그런 ICU에서 얼마전 1년 반이 넘게 입원한 20개월의 꼬마가 퇴원을 했다. 처음 그애가 오던날, 기관내 삽관을 꽂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4개월을 조금 넘긴 자그만 아기였다. 그옆에서 첫아기의 아픈 모습에 눈물을 흘리던 아기의 엄마와 아빠를 난 기억한다.
출근하는 우리의 손을 붙들고 “언니 우리 아기가 너무 가래가 많아요. 자주 좀 빼주세요.”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 면회시간이 지나도 아기옆에서 떠나가기 두려워서 아기의 손을 놓치 않던 모습. “우리 아기가 너무 작아서 다른 환자들 틈에서 보이지가 않아요.”
처음엔 그저 그런 극성스런 아기의 보호자였던 사람들... 우리에겐 그냥 평범한 한 환자였던 아기...
그 아기의 1년반은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여러번의 심폐소생술과 혈관이 없어 여러차례 혈관확보를 위한 수술이며 아기로써는 이겨내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래도 그 아기는 1년반이 지나 집에서 또 다른 기계에 의존하겠지만 퇴원을 했다.
과연 그 아기의 퇴원이 우리의 힘만으로 되었을지..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처음엔 정말 매일이다시피 면회를 오고 여러가지일로  우리에게 화를내고 신임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한달만 넘어도 환자의 곁에서 보호자의 모습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한해한해가 지날수록 병을 치유하는건 단순한 의료진의 기술과 장비, 약물만으로 이루어지진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진의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 환자가 스스로 낫고자 하는 자세, 가족의 치유를 확신하는 마음, 그리고 의료진을 신뢰하고 믿는 마음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일 것이다.
아마 그아기 역시 옆에서 그아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치료와 처치를 믿고 맡겨주었던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퇴원까지 이르게 한게 아닌가 싶다.
난 그아기가 단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외의 다른환자들도...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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