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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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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배명희
  • 작성일 : 2007-02-12 07:24:03
모니터 알람소리를 뚫고 인터폰이 울린다. 밖으로 나가보니 돌은 넉넉히 지난 듯한 토실토실한 아기가 엄마 품에서 낯선 듯이 쳐다보고 있다. 아기엄마를 보고 그제야 몇 달 전 입원했던 이OO 아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이 소아과 진료를 받는 날이라 인사도 할 겸해 들르셨다 하신다. 별로 잘해드린 것도 없고 의지가 되어 드린 것 같지도 않은데 아기 엄마는 눈물만 흘리지 않을 뿐이지 반쯤 울먹거리시며, 고맙다는 인사를 거푸하신다. 그런 아기 엄마의 눈망울을 보니 몇 달 전 아기의 입원 당시 상황들이 한줄기 바람에 휘말려오듯 가슴을 파고든다.
“따르릉, 따르릉” “분만실인데요, 29주 2일인데 지금 제왕절개 분만준비 좀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29주라면 우리병동 중환자 Care장비가 모두 동원되어야 할 터이고, 또 어쩌면 심폐소생술을 해야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우선 의사에게 알린 후 중환아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또 한쪽에서는 아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따뜻한 침상과 신속한 처치, 그리고 입원수속할 준비에 분주하다. 준비를 마치기가 무섭게 의사가 Ambu-Bagging을 하며 분만실 간호사와 함께 급히 들어선다. 의사와 간호사, 근무자들 모두가 아기 주위를 감싸며 빠른 손과 예리한 감각, 날카로운 눈으로 아기의 전반적 상태를 체크한다.
모니터링하며 동시에 흡입(Suction), 심압박법(Heart Massage), Ambu-Bag ging, 수액주입과 투약 등이 이루워진다. 아기 상태가 쉽게 돌아오지 않아 의료진 모두가 아기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덧 아기의 청색이였던 피부색도 불그스레해지고 심박동도 돌아왔다. 아기상태가 어느정도 돌아오자 몸무게를 재어보니 0.748kg이었다.
의사와의 면담을 마친 아기의 아빠는 인공호흡기(Ven tilator)에 의존한 아기를 본 후, 젖은 눈을 껌뻑이며 거듭 부탁한다. 어쨌든 아기는 그렇게 하여 대략 4개월간 여러 번의 수난과 역경(?)을 잘 이겨냈다.
매일같이 오셔서 창 밖에서 묵묵히 기도하시는 아기 할머니의 모습은 그 후 우리는 매번 볼 수 있었고, 그런 보호자들의 정성에 우리 의료진들 역시 기도하는 맘으로 아기를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정성들이 아기엄마의 희망찬 모습과 아기의 토실토실한 살로 승화된 듯 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없을 고귀한 선물이고, 커다란 축복이 될 아기의 탄생을 보호자들에게 희망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지 오늘 하루 아기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미래를 보살피는 일임을 느끼며, 희망의 전달자의 모습으로 오늘도 우리 신생아실 식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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