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직도 우리에겐 사랑이

  • 고유번호 : 773
  • 작성자 : 양미경
  • 작성일 : 2007-02-12 07:23:18
어느날 야간근무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병실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고통과 씨름하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환자가 사지를 뒤틀면서 숨을 못 쉬겠다고 괴로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뛰어가서 살펴보니 정말 눈동자를 뒤집으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수술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만 얕은 숨을 몰아쉬다가 과 호흡 상태가 되면서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순간적인 근육강직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같은 병실 환자들은 소란해지자 무슨 일인가 싶어 잠에서 깨어났다. 환자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지켜보았고, 그 중 한 환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이 아픈 것은 제져 두고 그 환자에게 달려들어 환자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난 조금 전까지도 아프다면서 진통제를 원했던 그 환자가 걱정되어 빨리 자리로 돌아가시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 환자는 주치의가 병실로 와 사지가 뒤틀린 환자를 치료실로 옮길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 주었다.
다행히 그 환자는 그날 밤을 무사히 지내고 거짓말처럼 회복되었다.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긴 그 환자는 다음날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침이 되어 환자를 병실로 모시고 가자 자신의 아픔을 잊고 수술하지 않은 한쪽 팔로 정성껏 주물렀던 앞 병상의 그녀는 밥을 먹다 말고 뛰어와서 두 손을 꽉 잡고 눈시울을 적셨다.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걸 보니 내 마음도 뭉클했다.
뒤돌아보면 아름다운 날도 많지만 아쉬운 날이 더 많고,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 갈 날들이 더욱 소중하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을… 준비할 겨를 없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든 암선고를 묵묵히 현실로 인정하며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가슴을 적신다.
그런 그들 앞에 난 얼마나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인지 생각해 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가닥의 희망의 끈을 매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난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더욱 따뜻한 사랑을 베풀며 격려해 주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진정한 나이팅게일이 되리라 다짐한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외과 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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