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리리리 ~” ‘아니 이 밤중에? 드디어 올게 왔구나 !’ 시계를 쳐다보니 0시 30분, 지난 8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업무 인계를 받은 후 이제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장기 이식용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 것이다. ‘이 시간에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는 건 분명 어딘가에 뇌사자가 생겼고 장기 기증을 원하여, 장기이식 관리센터에 등록한 우리 환자와 이식수술 할 수 있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럼 오늘이 일요일이고 게다가 지금 이 시간, 연락은 어디어디 ?’ 별로 명석하지도 않은 두뇌를 잽싸게 돌리며, “네, 여보세요 ?” 하고 평소보다 한 옥타브 올려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경희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시죠 ? 여기는 코너스예요. 다름이 아니고 A병원에 뇌사자가 있어서요, 나이는 열아홉살이예요...경희대에서 등록한 이모씨가 조직적합성 검사에서 A 1개가 맞아요... 어떻게 크로스매칭 검사에 들어 갈까요 ?” (코너스KONOS: 국립장기이식 관리기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장기기증자와 수혜자 중간에서 이를 관리하고 중재 조정하는 전문적인 역할담당) “ 아, 그래요 ? 그럼 환자에게 연락 해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 이모씨. 월,수,금요일아침 time으로 7년째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평소 말이 없고 어려운 투병생활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상이 좋은 분이시다. 새가슴처럼 팔딱이는 마음을 진정 시키며, 늦은 시간이라는 사실도 잊고 다이얼을 돌렸다. 잠결에 놀라 깬 이씨는, 기증자와 조직적합성 검사가 2개 이상은 맞아야 장기이식을 받겠노라며 아쉬움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이식후에 발생할 수 있는 신장조직 거부반응을 심사숙고한 것이리라. 이렇게 해서 장기코디네이터 겸직 후 처음 이루어질 뻔 했던 뇌사자 장기이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이씨는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 선생님, 그냥 이식수술 받을걸 그랬나봐요, 갑자기 전화를 받고 마음에 준비가 안됐었어요, 다음엔 꼭 해야겠어요, 그게 낫겠죠? 오래 기다렸는데.... 밤새 한잠도 못 잤어요....” 어찌 번민이 없었으랴 ! 일주일에 3번, 한번에 4시간씩, 만 7년을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해 왔으니 끝을 보고도 싶었을게다. “ 항상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떻게 그런 기회가 내게 주어질지 모른다, 그 때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또 좋은 기회가 올테니 기다려 보자”등등, 용기를 주었지만 그의 지치고 퀭한 눈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경희의료원 인공신장실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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