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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 고유번호 : 755
  • 작성자 : 권나경
  • 작성일 : 2007-02-12 07:14:25
미국에서 결혼 후 이혼율이 현지인의 입을 빌리자면 약 50%라고 한다. 얼마전 신문에서 결
혼 후 3년만에 20%, 5년만에 35%, 10년만에 약 45%라니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비단 멀
리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나의 일터로 찾아오시는 많은 환자분들 중에는 늦게
나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부부들이 많다. 어떤 날은 10명 중 5명이 재혼인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의미는 처음과는 또 다른 진지함과 신중함의 무게가 실려 있을 것
이다.
작년의 일이다. 참 고운 여인이 상담실을 들렀다. 내가 보기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러
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41세였고 국내에서 살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다가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한 후 둘다 아이를 원해 본원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이 여인은 처음 결혼에서도 아이가 없었고 재혼한 후 2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아 분
만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남편에게는 아이가 있었다.
미국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번 받았으나 실패였고 이제 잠시 한국에서 살아야 하므로
국내에서 시술을 원했다. 한 달 여간을 기본 검사를 한 다음 검사와 시술을 거쳐 전 과정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착상 주사를 매일 맞으러 병원을 왔다. 언제나 남편과 함께
편안히 다니시더니 결국은 임신이 되어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불임센터에서 환자가 임
신하는 것 이상 기쁜 소식은 없으므로… 또 한 부인은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재혼을 하였다. 친자식처럼 잘 돌보아 주는 현재 남편에게 고마움으로 본인의 자식들을 잘
키우며 살다가 다시 아이를 가지려는 일념으로 불임 센터를 찾게 된 부인이었다. 이분도 현
재 시험관 시술을 준비중에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분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둔 다음 난관 결찰술을 받고
살다가 이혼을 하고는 다시 난관 복원술을 위해 내원한 경우이다. 두 번이나 제왕절개술을
시술했기 때문에 앞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최소 두 번의 개복수술을 더 해야하는 안타까움
이 있는 부인이었다. 다행히 본원에서는 난관 복원술을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으로 하기 때
문에 환자에게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었다. 수술 회복 후 아이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기간이
약 8개월. 임신이 되었다는 소식을 받게 되었다. 지금쯤 본인의 두 아이와 뒤늦게 시작한 갓
난아이 엄마노릇을 하느라 바쁘고 힘겨우리라 짐작이 된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모든 부부들에게 그 결과가 짐이 되지 않고 처
음의 각오나 바램만큼 그들 곁에서 언제나 함께 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권나경<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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