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방문 간호의 필요성

  • 고유번호 : 753
  • 작성자 : 현미열
  • 작성일 : 2007-02-12 07:13:47
우리집은 딸 부잣집이다. 딸 일곱에 아들 하나. 그 중 딸 둘이 간호사이다. 특히 현직에 있
는 나로서는 가족들의 건강에 여러모로 책임을 느끼며 산다. 하지만 한 동네에 사는 것도
아니고, 내 사는 모양도 한 치의 여유가 없어 마음에 부담감만 가지고 있을 뿐 여의치 않은
일이 많다.
더군다나 20여년째 당뇨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떠올리면 목에 뭐가 걸리기라도 한 듯 불편
한 마음이 든다. 식이요법이나 정기적인 검사를 해보는 것은 진단 받던 그 해에 그쳤고, 술
과 담배는 병이 없는 이들보다 더 가까이 하시고, ‘병원에 가 보시자’ 권유할라치면 ‘필
요없다’로 일축 하신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한 두번 쓰러지신 적도 있지만 적당한
운동과 체중조절에 유념하시고, 끼니 때마다 약을 거르지 않으시는 어머니와는 너무나 대조
되는 모습이다. 당뇨의 합병증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배우거나 임상에서 환자들을 경험한
것 이외에 친구의 아버님이 당뇨 합병증인 말초 신경통으로 밤마다 잠 못 이루며 오랜동안
고생하다 돌아가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기억이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
다. 과수원 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심한 정도의 찰과상은 예사이고 골절상을 입어 기브스를
하고 몇 주를 나기도 하신다. 가끔 뵐 때마다 체중은 줄어 피골이 상접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어머니가 지내시는 고향집은 낮에는 대부분 비어 있어 몇 번이나
헛걸음을 했다는 보건소 간호사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그 간호사는 아버지의 혈당을 검사
해 드리고는 ‘이러다간 큰일 나신다’며 당뇨의 합병증에 대해 일러주고 당장 병원으로 가
볼 것을 종용한 것이다. 아버지는 보건소 간호사의 한 번 방문으로 하여 근처 내과의원을
찾게 되었고, 여러 가지 검사도 해보고, 당뇨조절약도 복용하게 되었고, 술과 담배도 줄이게
된 것이다. 두어달 만의 치료로 혈당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신기하게도 아직 별다른 합
병증은 없다는 진단과 함께 아버지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실천하려 애
쓰게 된 것이다.
이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고 개인적으로는 그 간호사님께 무한한 고마움 - 너무나
상투적이라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을 느끼면서 이 마음을 전할 길 없어 안
타까웠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 동안 잘 알지도 못했었고 중요성에 대해서도 간과해왔던 보건소 간호사의
방문간호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되었다.
몇 해 전 정신보건전문요원 수련 과정 중에 보건소 실습을 일주일간 나갔던 적이 있다. 실
습을 마치며 나는 방문간호라는 것이 내 무릎을 꿇고 앉아 대상자의 눈에 맞추어 조금씩 조
금씩 도움을 주는, 아주 힘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역 주민의 건강한 생활, 질적인 삶의 영위를 위해 애쓰는 걸음걸음이 더욱 보람되고, 더욱
활기 차길.
현 미 열<인하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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