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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현실로

  • 고유번호 : 747
  • 작성자 : 권나경
  • 작성일 : 2007-02-12 07:11:26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 꿈이 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병원에 오는
분들도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오는 분들이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포
근하게 위로 받고, 몸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예전과 같아지기를 원하거나 더 건강하기를
원하며, 아이가 없는 사람은 새 생명이 그들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 꿈을 가진 사람들과 같
이 있으면 지켜보는 나마저 힘이 난다. 그들을 도와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하면
서.
3년 전의 일이다. 아이가 없는 한 부인이 미국에서 내가 있는 불임센터로 전화를 했다. 결혼
3년 동안 아이가 없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체외수정(IVF) 시술을 받았지만 실패한 경우였
다.
타국에서 언어와 불임의 장벽을 함께 넘는다는 것이 본인에게는 많은 부담이라며 친정 나들
이도 할 겸 고국에서 시술을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기본적인 일정과 비용 등 간단한 대
화로 첫 만남을 끝내고, 수 차례 생리 주기의 변화 등을 전화로 상담 한 후 드디어 서울로
오게 되었다.
적지 않은 나이(37세), 두 번의 자궁외 임신으로 난관이 절제된 상황이었고 남편은 한국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 형편이 못되어 일단 정액을 냉동시켜 놓은 뒤 출국해야 했다. 결국 그
녀는 남편도 없는 서울에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친정이 지방인 탓에 입원하여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난자채취에서부터 이식결과를 보기까
지의 2개월 동안 그녀는 항상 편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혼자 남겨진 병원 생활이 힘들 법도
한데 머리맡에 예쁜 아이 사진을 붙여 두고 간절하게 아이 갖기를 소망했다.
병실에서는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소일을 했고 가끔 그녀의 방에서 맛나는 한국음식
냄새도 풍겨 나왔다. 그녀는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아이 소식을 기다렸다.
임신 반응검사 당일에는 모든 직원이 그녀의 결과를 궁금해했고 다행히 임신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편지와 함께 너무나 건강하고 잘생긴 아이들 사진이
내 앞으로 배달되었다. 그녀의 쌍둥이 아들이었다.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어려운 병원 생활
을 밝게 이겨나가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한참동안 즐거웠다.
그녀는 사람이 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간절히 바라
고 준비하는 꿈은 꼭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내게 직접 보여 주었다.
권나경(성모병원 엔젤병동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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