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낯선 남정네에 이끌려…

  • 고유번호 : 1129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50:32

(108)첫 술(上)


낙엽이 떨어지면 남자의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첫눈이 오면 여자의 마음이 콩닥콩닥 거린다.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남녀불문 주당들의 위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낙엽은 가을에 떨어지고, 눈은 겨울에 오지만 비는 사시사철 내리기 때문일 것이다.
주당은 제목만 있으면 한순배의 막걸리가 생각나는 것이 보편화돼 있어 핑계거리로 비가 제일임에는 틀림없다. 지금도 밖에  비가 온다면 당장 주당들을 향해 한 통의 전화를 때려 보고 싶은 심정일게다.


주당의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날씨를 빗대 한잔하기 좋은 날이라고 할 정도다. 비가 오지않고 우중충한 날씨만 돼도 가만히 있는 술병이 들락날락하는 주당도 있다.
자 그렇지만 오늘은 임오년 새해인만큼 주당파 보다는 비주당파 여성의 경험담을 한 번 늘어놓을까 한다. 10여년을 친하게 지내는 사업가 형님이 한 분 있다. 허구한날 손님을 집으로 몰고 오지 않으면, 사업핑계로 자정 이전에 퇴근하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형님을 모시고 사는 형수가 어찌된 일인지 맥주 두컵이면 저승과 이승을 오간다.


자연히 술을 못마시다 보니 모임에 나가는 것도 적을 뿐 아니라 남이 술마시는 꼬라지 조차 못봐주는 성격 때문에 가장 싫은 사람의 1순위가 주당이다. 그런데 이 형수가 하루는 큰일을 쳤다. 얼마전 벌어진 망년회 자리에서 비주당파의 주당행세를 가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시내 모식당에 50대의 미모를 날리며 모인 친구는 자그마치 12명, 주당, 반주당, 비주당 두루두루 모이다 보니 소주 10여병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어졌고 급기야 취기가 오른 한 친구가 “야 우리 나이트로 2차가자”며 운을 뗏겠다. 


정색을 하며 안가겠다고 하는 형수에게 날아온 직격탄 “너 신랑도 술마시는데 도대체 남자들이 술집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지 않냐”였다. 그 말 한마디에 궁금증이 유발돼 찾아간 곳이 모 호텔 나이트. 대학시절 가보고 20여년만에 찾아간 나이트는 형수를 가만두지 않았다. 연신 날아드는 웨이트의 부킹카드, 손을 이끄는 친구들의 몸부림, 무희들의 춤, 가수들의 노래소리, 자리에 들락날락하는 남정네들, 40여분이 지나자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부라보에 마지못해 입만대고 놓는다는 맥주를 한컵 반이나 마셨으니 염라대왕 앞에 일수도장 찍으려고 서서히 진군한 것이다. 눈앞이 몽롱해진데다 현란한 싸이키 조명까지 돌아가니 술의 힘이 요동칠 수밖에.
역시 사람은 알코올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것일까. 마치 광기어린 몸부림으로 비틀비틀 춤을 추는데 그 광경이 마치 주당들이 맛이간 상태에서 뛰어 다니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알코올도수는 간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했던가 어찌어찌 하다보니 낯선 남정네와 부루스 한곡 땡기게 됐고 뒤이어 그 남정네에 이끌려 룸으로 들어 갔는데 어메 이게 웬일인가.


어디서 많이 본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형님이 다른 여자와 함께 앉아 있지 않겠는가. 눈이 뒤집어 졌다. 분노와 배신감을 두발 장전 하고 그대로 몸을 날려 멱살을 잡고 너죽고 나 살자고 달려 들었는데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요.(다음주에 계속)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