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금침 하나 선물하세요

  • 고유번호 : 1127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49:54

<108>막~년회(下)


신경이 쓰였지만 드러내놓고 말 못하는 심정 오죽했겠는가. 엉덩이에 꼽힌 손 또한 가만 있을 리 없겠다. 꼼찌락 꼼찌락 하면서 전방을 향해 돌진을 하는데(어메 미치겠더구만) 다리에 쥐가 내릴 정도였다.
가만 두자니 5연대 병력이 중앙청까지 밀고 들어 올 것 같고 박절하게 물리치자니 체면이 아닌 것 같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다음 검문소 방어벽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손가락을 살살 만지는데…


더 이상 우스운 꼴 보기싫어 화장실을 핑계로 잠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워물고 약 3분간의 틈을 둔 뒤 자리에 들어가니 그 여자는 다행히 다른 선배주당 옆에 앉아 있었다.
내가 기습당한 정황을 볼 때 비스듬히 기댄 폼이 영락없이 선배주당 엉덩이에도 그 여자 손이 꼽혀 있을 것으로 보였다. 참 웃기는 것은 남자들은 다 그런 것인지 속으로는 흐뭇하면도 전혀 밖으로는 표정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었다.


대화는 무르익었다. 고액의 술값을 지불한 여자는 사업가,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는 레스토랑 사장, 복부인처럼 생긴 여자는 고리대금업자, 키작은 여자는 부동산 중개인, 엉덩이 기습침입자는 신용금고 이사라는 윤곽이 드러났다.
바로 그때였다. 선배 주당이 5연대 병력이 중앙청을 돌진하는데 방어벽을 설치하지 않아 전선이 뚫리고 만 것이다. 평소 유머러스한 선배 이때를 가만두지 않고 “야 여기봐라 빈라덴 조직이 기습공격을 감행했다”며 그 곳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웃기만 했지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스토랑사장이 한술 더 떠 “그 친구 밤마다 바늘로 허벅지 찌르며 자는데 오늘 제대로 된 금침 하나 선물하고 가세요”라며 은근슬쩍 바람을 잡았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조금전까지 하이에나 같이 보였던 여자가 겨울바람에 마지막 잎새를 떨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길거리 프라타나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던가, 그 말에 장단 맞쳐 한마디 했겠다. “그 선배 변강쇠라 단 하루만이라도 동침을 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텐데요”.


그러자 “천만의 말씀 변강쇠도 옹녀앞에서는 기어나갔다”며 짝짜꿍을 맞췄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언행일치라고 하지 않았는가, 둘이서 곧바로 실행에 옮길 것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둘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얘기 하다 들어오겠지 했는데 10분이 흘러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20분후 두사람의 핸드폰은 약속이나 한 듯 “전화기가 꺼져 있으니 연락번호를….”이라고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배신자는 그날밤 어디로 갔을까. 그 해답은 아직까지 본인으로부터 들은 바는 없지만 불과 50여미터 앞에 000모텔이 2개나 있었음을 볼 때 상상은 가능하리라 본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됐냐구요? 나 빼고는 모두 이하동문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는 망년회 그들은 막년회를 치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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