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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탄 채로 견인

  • 고유번호 : 1123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48:34

<106>음주운전(下)


천천히 앞차쪽으로 가는데 동승했던 여자들의 얼굴이 유독 빨개 보이더라나. 이때를 놓칠 수 없다고 사태를 감지한 주당선배 “이 친구 술마셨구만”의 실탄 한발을 발사했다. 제대로 명중했다. 앞차에 타고 있던 여자 한명이 “오빠 왜 이래, 술마시고 운전해놓고 뭐 잘했다고 이지경까지 만들어 놓는거야, 우리는 어쩌란 말이야”하면서 증거를 현장에서 확인해 준 것이다.
변 묻은 개, 재 묻은개 나무란다고 “이 친구야 경미한 접촉사고라서 이해되겠다 싶어 그냥 갔더니 이렇게 와서 사고를 내면 어쩌나. 술마시고 운전하면 조용하게 갈 것이지”점잖은 경고를 한마디 하는데 난데 없는 경찰 두명이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아이쿠! 죽었구나, 일단 술냄새를 풍기지 않게 담배를 연신 피워 물며 경찰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경찰 아저씨 수고 하십니다. 별로 큰사고가 아니니까 이해하시고 젊은 친구가 깜빡해서 그런 것이니 저희들이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며 일단 경찰이 자리를 비켜줄 것을 은근히 바랬다.
그런데 경장계급의 경찰이 행동이나 점잖은 말투가 이상했는지 “실례지만 어디계십니까”라고 묻는데 이것참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예 강서의 같은 식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라며 왼손을 약간 치켜 들었다.


그러고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견인차나 한 대 불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며 이왕 신세지는 것 한술더 떠 부탁까지 건냈다.
감이 또한번 제대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경장은 “그럼 잘 해결하시고 조심해 가십시요”라며 거수경례까지 하고 되돌아 갔다.(역시 민주경찰이었다)
이왕 내친김에 젊은 청년에게 준엄하게 한마디 했다. “이봐 청년, 운전하다보면 별일이 다 있을텐데 술먹고 운전을 하면 되겠는가. 만약 사고라도 나서 사람이 다쳤으면 당신 인생망치는 것 아니겠는가” 큰 기침 3번 흠∼흠∼흠.


그러자 그제서야 더러워서인지 고마워서 인지 청년왈 “아저씨 정말 죄송합니다. 홧김에 그랬는데 용서하시고 부서진 차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며 갑자기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적당히 마무리 한후 청년을 돌려 보내는 시점 비슷하게 견인차가 도착했다.


웃기는 것은 바깥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뒷자리에 타고 있던 주당들은 모두 코를 드렁드렁 골면서 꿈속을 헤매고 있더라는 것이다. 너무도 한심한 나머지 장난기가 발동한 선배주당 견인차에 골아 떨어진 친구들이 탄 차를 매달아 정비소로 보내버렸다.
한참후 정비소에 실려간 친구들로부터 어떻게 된 거냐며 연락이 왔는데 선배주당 이런말을 했답니다. “야 이놈들아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서도 잠이나 자거라” 더 웃기는 것은 정비소로 끌려간 친구들이 “야 그건 그거고 2차는 하고 집에가야지”라고 말이다. 역시 주당다운 주장이다. 나는 선배주당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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