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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차를 택시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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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47:10

<104>기막힌 일


참 기막힌 일이었다. 지난 9월에 게재됐던 ‘경찰차 잡고 성산동이요’가 나간 지 두달만에 이와 유사한 경험을 털어 놓는 한 독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은 그보다 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혹시 소재가 될까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웃음이 안나올 수 없었다. 주당치고는 대단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전세계를 통털어 혼자일 수도 있다고 본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평소에도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 방향감각이 둔한 이 주당이 택시비로 길바닥에 뿌린 돈만 모아도 집 한채는 사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음주후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그런데 문제는 취기다. 맹숭맹숭한 정신으로 택시를 타는 것이 아니라 90%는 약간 꼭지가 틀어진 상태에서 애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떤때는 너무 나사가 풀려 집조차 제대로 못찾아 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의 경험은 바로 이런 버릇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주당이 하루는 3차를 거치면서 술을 퍼마신 결과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다. 이날따라 빈택시가 없어서 인지 한시간 정도를 길바닥에서 손을 들었지만 세워주는 택시가 없었다. 택시잡기를 거의 포기할 즈음 난데없는 승용차 한대가 자신의 앞에 떡하니 서더라는 것이다(사실은 신호에 걸려 차가 선 것인데 자기 앞에 차가 선 것으로 착각한 것). 무작정 승용차에 올라탔고 행선지를 이야기 한 후 얼마안되서 잠이 들었다(이때까지 운전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한참을 졸았을까. 깜짝놀라 눈을 떠보니 인천으로 가야될 차가 일산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고 느낀 이 주당이 운전자에게 한마디 했겠다. “이봐 기사선생, 내가 가자는 곳으로 안가고 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요” 그러자 운전자 왈 “내가 우리집으로 가는데 네가 왜 참견이냐”면서 신경질을 버럭 내더라는 것.


둘은 차안에서 악간의 고성이 오고갔고 급기야 반시비가 돼 차를 세우는 결과에까지 도달했다. 차에서 내린 두사람은 서로가 잘했다며 큰 소리로 응수하기 시작했고 결국 격투를 벌일것 같은 분위기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두사람의 싸움은 간단했다. 주당은 왜 내가 가자는 쪽으로 가지 않느냐는 것이고, 차를 운전한 사람은 우리집으로 가는데 네가  왜 참견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쌍방의 목소리가 너무 요란했던지 불과 얼마안돼 경찰이 달려왔다.


왜 싸우는지를 지켜보던 경찰이 깜짝 놀랐다. 주당은 택시로 착각했고, 운전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기 집으로 안간다며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둘은 곧바로 경찰로 연행됐고 음주측정 결과 운전자도 꼭지가 틀어진 상태에서 운전을 했던 것으로 판명돼 중벌을 받았다. 둘다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주당이었다. 주당들의 싸움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또한번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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