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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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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46:25

(102)손님(下)


길가에 떨어진 동전 한닢 줍지 않을 남자없고, 감나무에 달린 탐스런 연시를 보면 따먹고 싶지 않은 남정내 없겠다.
일단 앞으로 벌어질 일을 나름대로 머리속에 설계하고 일단 차를 길옆으로 붙였다. 그러나 세상일 아무도 모른다고 예전에 들은 듯한 이야기가 있어 일단 탐문에 들어갔다. 이 여자가 꽃뱀은 아닌지, 혹시 에이즈 환자는 아닌지, 인생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은 아닌지, 객기를 부리는 것인지, 마지못해 그런 것인지, 습관적인지 , 술김에 그런건지, 잠시 머리를 스치는 총천연색 필름 중 유독 객기 아니면 술이 취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택시비가 있으면서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하려고 술김에 객기를 부리는 것이지’ 하면서 군침을 삼키는데 “아저씨 바쁘니까 빨리 가부간 결정을 하세요”라며 다그치는 것이 아닌가. 남자들 습성이 여자가 다그치면 한발짝 물러나보는 것인데, 당황한 나머지 “잠깐만 당신 진짜 택시비가 없는거야, 아니면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 실습해 보려고 그러는거야”로 응수했다.


그런데 여자는 한술 더해 “내가 돈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보여 줄테니 똑바로 보라”며 주머니 속을 다 끄집어 내더니 급기야 옷까지 벗는데 자칫하다가는 차안에서 홀딱쇼를 볼것같아 일단 자제를 시켰겠다. 에라 모르겠다. 재빨리 차를 몰아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이왕지사 하늘이 주신 선물이니 감사하게 식사를 하고 가겠다고 다짐하고 여관 앞에 차를 세웠는데도 그 여자는 아무말 없이 방까지 따라 들어왔다.


어쩌라 저쩌라 할 것도 없이 방으로 들어온 여자 정말 옷을 홀랑 벗더니 “자 택시비 8,000원이니 두쪽 가슴 한번씩 만지고 아랫도리 한 번 더듬고 나갑시다”라며 갑자기 돌변했다. 이 일을 어쩌나 경험이라도 많으면 어떻게 요리해 볼텐데, 택시 운전한지 얼마안된 미천한 경험 때문에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었었다.(이 시점에서 친구는 소주 한잔을 쭈욱 들이켰다. 안주는 먹지 않았고 이야기는 계속됐다)
나도 남자인데 그물 안에 공짜로 걸려온 싱싱한 참치를 두가슴 아랫도리 한 번 슬쩍 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면 이 얼마나 억울할꼬. 이를 악물고 일단 택시비만큼 가벼운 터치로 응수했다. 심장 박동소리는 동네 아낙네 디딜방아 찧듯이 쿵쿵 거리고 손끝은 3,500볼트 전기에 감전된 듯 부르르 떨고 있었다.


진짜였다. 딱 두가슴 아랫도리 한 번에 여자는 모든 계산이 끝났다는 듯 동작그만을 외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하는 말 “아저씨 맥주 몇병만 시키고 정상적인 거래를 한 번 해보지 않을래요”라며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냥 물러서자니 남자 자존심 문제요, 그냥 돌격하면 후한이 두렵고 차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동나무 신세가 됐다. 전세는 급기야 반전됐다. 거꾸로 애원을 해야하는 신세가 됐다.


“나도 택시 운전을 하다보니 갑자기 무슨 돈이 있겠니. 여관비 주고 남은 돈이라야 4만원밖에 없는데”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정도면 됐어요”하는 것이 아닌가. 그 다음 방에 불이 꺼졌다나 뭐라나…
우리 둘은 그날 저녁 코가 비뚤어 질만큼 퍼 마셨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래도 정신은 챙겼는지 이 친구 “야, 우리 집사람한테 이런 얘기 하면 너 죽는다”라는 일성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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