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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네는 술잔마다 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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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10:41:35

(96)괴짜여자 주당(上)


술을 마시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술자리를 같이해 본 사람을 꼽으라면 우리나라 인구의 1/3은 될 듯 싶다.
대통령과는 못마셔 봤지만 대통령 형님과는 마셔봤고, 외국의 많은 고관대작들과도 술잔을 기울여 봤다. 그뿐인가 스님과도 일잔을 했고, 신부님과도 한순배를 했으니 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거나하게 한잔하면서 통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술에 관한한 메이저리그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면 나사가 빠지거나 세상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더 기쁘게 해줌으로써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고 자부하는 바다. 심지어 술집에서 너무 잘 놀아 팁까지 받고 놀 정도니 나와 한 잔씩 땡겨본 주당들은 이에 의심치 않을 것으로 믿는다(이 소리 때문에 누가 한잔하자고 할 것 같은 예감이 4번 염색채를 스치고 감).


마누라 자랑하는 놈은 팔불출이고, 술자랑 하는 놈은 삽자루라고 하지만 오늘 여기에 등장하는 한 여인은 내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나 할까. 하여간 하룻밤이 왜 그리 긴지 미치고 폴짝 뛸 정도였다.


저녁 6시30분경. 퇴근 시간 무렵 후배 녀석 2명이 술 한 잔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바 충무로 한쪽 귀퉁이 허름한 돼지갈비집에서 우리는 술판을 폈다. 일년에 대여섯번 정도의 만남에 불과한 탓인지 수인사부터 엄청나게 반가워하는 눈치들이었다. 그동안의 안부를 안주삼아 술이 서너 순배 돌아가는데 30대후반의 노총각 후배 핸드폰이 요동을 쳤다. 눈치를 보니 여자였다.


우물쭈물 하는 순간 우리는 동석해도 좋으니 이곳으로 모셔 올 것을 요구했고, 후배 또한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을 했다.
뭐라고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온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약 30분정도가 지나자 미스코리아로 착각할 정도의 키큰여자(키만 미스코리아 수준)가 후배 옆으로 다가왔다. 대충 인사를 끝내고 소주잔을 건네니 첫 잔부터 원샷을 하는 것이 아닌가.


보기에는 순진해 보이는데 아니 이럴수가. 연변버전으로 본다면 천년에 한명 날까 말까한 여자 주당이라고 할까.
남자 3명이 건네는 술잔을 한잔도 마다않고 다 마시면서 애교는 왜 그리 수양버들처럼 떠는지 살살 녹을 정도였다.


술잔을 건네는 것도 프로급이었다. 잔이 왔다고 날라왔던 쪽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럭저럭 퍼마신 술이 두당 두병꼴이 될 무렵 재빠르게 시계는 11시 2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파장분위기가 미동을 하자 여자 주당 왈 자기가 한잔 대접할테니 여의도 쪽으로 가자는 제의를 했다.


2차 싫어하는 술꾼 없다고 했던가. 우리는 택시를 타고 여의도를 향했다. 택시가 원효대교를 막 넘어가는데 앞에 탄 여자주당이 운전기사에게 나즈막히 뭐라고 중얼 거리더니 택시는 우회전을 했고 곧바로 신호를 받자 한강 고수부지로 내달았다.
당나귀 끌려가듯 우리는 한강고수부지에 내동댕이 쳐 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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