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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에 소주 15병을 마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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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09:15

<132> 선남과 나무꾼녀 (上)


역시 술의 힘은 대단했다. 맨정신으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고, 어떤 유명 연기자가 이처럼 리얼한 드라마를 소화해냈을까. 아담과 이브도 아니고 선녀와 나무꾼도 아닌 바로 ‘선남과 나무꾼녀’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목표로 무사히 촬영을 마쳤으니 말이다.
그래서 부산은 역사를 창출하는 도시요 정감이 가는 곳이다.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부산에만 가면 승리의 깃발을 꼽는 것만 봐도 부산땅은 지기가 센 곳임에는 틀림 없다. 더욱이 해운대를 기점으로 일어나는 작고 큰 야거(이야기)들은 세상 어느 곳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다. 역사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얼마전 부산여행에서 나는 엄청난 대어를 낚았다. 어찌보면 공범이요 기회제공자 이면서 이 글을 쓴다는 것이 왠지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겠나 조금 있으면 바캉스 계절이 다가오는데 이런 연기 또 보여줄 주인공이 있지 않겠나 싶어 예방 차원에서 알려주는 것이다. 왜냐면 어설픈 연기는 목숨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주포스맨협회(술을 스포츠 처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의 합성어) 중앙회 회원 3명이 김포공항을 떠나 김해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경, 반갑게 맞아주는 부산지부 주포스맨들과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밤새도록 벌어질 레파토리에 적응하기 위해 간단히 시내 모처에서 알곡을 채워 넣었다(반주로 조껍데기 술 몇순배씩 했음). 월드컵 이야기다 뭐다해서 30분 정도 입방아 찧기를 한 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광안리.


“사장님 예, 이거 2만원만 주이소” “개불 싱싱합니더” “이거 자연산 아입니꺼, 광어, 놀래미, 우럭 마음대로 골라보이소 싸게 줄기라예.”
악착같이 잡고 늘어지는 퉁퉁한 아지매 통사정에 못이겨 광어, 산낙지, 해삼, 개불, 멍게 등을 한소쿠리 사서는 식당으로 향했다. 평소 마시던 참이슬과 산을 마다하고 부산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C1(시원소주:부산지역 소주임)를  주문했다. 길림성, 연변 아지매들이 날라다 주는 횟감이 입에 착착 감기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소주 여섯병이 비워졌다. 6명이 6병을 먹으면 안되는 법, 주법에 짝수는 없다고 했던가 곧바로 서울 주포스맨이 3병을 더 시켰다.


낙지 먹고 한잔, 광어 먹고 한잔, 개불 먹고 한잔 3병도 간단하게 해치우는 순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부산 주포스맨이 3병을 또 시켰다. 모두 12병, 또 짝수니까 안되고 결국 3병을 더 죽여 15병을 채운후 알그리(취기가 기분좋게 올라 있는 상태)할 무렵 자리에서 일어 났다.
이 때 시간이 시침 분침이 포개려고 노력하는 11시 58분이었다. 주포스맨들이 어찌 2차로 모든 것을 끝내겠는가. 3차 행사를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사업을 하는 부산주포스맨이 평소 알아둔 유흥주점 같은 곳을 찾았다.  이곳에서 양주 몇병에 전국노래자랑을 했으니 숙소에 들어가 코골기 대회를 할 만도 한데 어디 그것이 쉽게  되는가 말이다. 그냥 숙소로 갔으면 역사는 대하드라마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긴긴밤이 못내 아쉬웠던지 일당들의 발길은 또다시 해운대로 향하고 있었다. 해운대 도착시간 새벽 2시17분, 여기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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