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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보가 소주회사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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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00:56

<126>'캬'소리


술자리는 특종의 보고다. 특히 정치인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세상을 들썩하게 하는 특종감을 건져 올리기도 한다. (68회 특종과 낙종 참조). 진담이건 취중진담이건, 농담이건, 술자리에서 한말이 구설수가 됐던 사례는 흔하다.
그런데 요즘 항간에는 노무현식 발언을 놓고 갖가지  말들이 많이 나돈다. 그중 하나를 잠시 보자. 아마도 주당선생이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후보가 기자들과 만나 소주를 마시는데 노후보가 한잔을 들이키고는 “캬 !소주 죽인다”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일부 조간에 ‘노후보 소주회사 죽인다’라고 대서특필 됐다. 이를 본 노후보는 노발대발 했다. 소주 마시면 누구나 하는 것을 가지고 마치 소주회사 죽인다고 적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진의를 파악하자 참석한 기자중 3명은 노후보가 소주회사 죽인다는 이야기를 못들었다고 했고, 나머지는 들었다고 했다. 이 얘기는 노후보의 신문사 폐간발언을 빗대 생산된 우스개 소리다.


사실 술을 마시면서 ‘캬’나 ‘크’ 등을 외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지금까지 몇나라를 다니면서 그나라 주당들과 술잔을 기울여 봤지만 ‘캬’ ‘크’또는 그와 비슷한 단어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나라마다의 술문화가 있고 사람 개개인간의 술습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 때 ‘캬’ 같은 소리를 자주 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단어들도 많은데, 그렇다고 누가 가르켜 준 일도 없는데 철이 들어 술잔을 들기 시작만 하면 모두가 캬, 크를 외치니 말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해본바는 없다. 그렇다고 고명하신 학자분이 할 일이 없어 이에대한 연구를 했을리도 없을테고, 정부가 예산을 들여 국가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연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어 볼 사람은 딱 한사람 뿐이다. 싱글벙글쇼의 강석씨 주문을 외웠다. “술이 술이 마술이 수∼수∼울을 다사라, 당대 최고의 주당 선생님께 아뢰오, 미천한 백성이 이에 대한 해답을 간곡히 바라고 있나이다.”


해답을 주기위해 누가 왔을까. 자세히 보니 고맙게도 평생을 술과 함께하다 먼저 작고하신 선배주당들에게 주포스맨 이론을 강의하고 있던 이태백 어른께서 친히 왕림하신 것이 아닌가.
“이태백 어른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캬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야 이놈아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술을 마셨냐.”
“알기는 아는데 정답이 아닐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지필묵을 대령하거라”


이태백은 이렇게 읊었다. “술을 마시는 인간의 耳目口鼻에서 가장 불쌍한 곳이 딱한 곳이 있는데 그곳을 달래기 위함이니라. 그 뜻인즉 사람은 술을 마실 때 일단 눈(目)으로 구경하고, 입(口)으로 맛을 보고, 코(鼻)로 냄새를 맡지만 유독 귀(耳)만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난후 ‘캬’ 소리를 내 귀에다 술맛을 들려주기 위한 동방예의지국인들의 배려 때문에 그런 것이다.” 바로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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