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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지갑 몽땅 털렸시유

  • 고유번호 : 1161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00:06

<125>어설픈 작업(下)


그 여자는 술도 곧잘 마셨다, 가끔씩 눈물도 흘렸고, 가슴이 벅찰 때면 후배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어 마치 넋나간 여자처럼 한곳을 주시하곤 했다.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엄청난 사연이 있는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오빠들도 몇 년간 사귀던 여자 헌신짝처럼 차본 경험이 있습니까.”
후배녀석이 재빨리 받아 넘겼다.


“그런 미친놈이 요즘도 있단말인교, 야! 천벌을 받을 놈이지 때가 어느때인데 여자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잘 살기를 바라노, 진짜 나도 남자지만 너무했구먼.”
호프 반잔가량을 단숨에 마시던 아가씨는 후배의 말에 감동은 받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알아줘 고마워서인지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여자의 눈물에 약한 것이 사나이라고 했던가. 한참 분위기가 침묵으로 흘렀다. 바로 이런때 선구자가 나오기 마련, 분위기 맨이 운을 띄웠다.
“형 우리 여기서 호프 죽이지 말고 광한리로 가 밤바다 구경하면서 회나 한접시  하는 것이 어떻겠십니꺼.”


참으로 신기한 것은 언제 어떤 자리건 여자만 끼면 남자들이 쉽게 의기투합을 한다는 사실을, 이날 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일행은 그 여자와 함께 광한리로 향했다. 택시 두 대로 편승해 도착한 광한리에는 보슬비가 뚝 그친탓인지 선남선녀가 짝을 지어 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연인 같은 커풀들의 모습도 보였고,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씩 레이더에 잡혔다. 이런 맛에 광한리에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주 한잔 걸치고 기분 좋으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천하의 요새다운 분위기를 광한리는 갖고 있었다. 


우리는 2층에 마련된 횟집에 둥지를 틀고 2차 공연작을 무대에 올렸다. 10시가 막 넘어가는데도 사람들은 꽤나 많았다. 마치 자갈치 시장 처럼 왁자지껄했다. 상황으로 봐서는 11시경이면 어느정도 작업이 된 손님들은 자리에서 빠져 나갈 기미가 보였다.
소주가 7병째 날라져 왔고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전작이 었었던 그 아가씨가 횡성수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혹 실수 할 것 같은 판단에서 나는 과감한 지시를 내렸다.


“야 이녀석아, 너가 모시고 왔으니 어지간 하면 근처 여관방이라도 잡아 모셔다드리고 와라.”
그 말이 부담스러웠을까, 아니면 작업이 들어갈 것으로 착각했을까, 하여간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더니 “오빠 저는 괜찮습니다. 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 이만 가볼께요 오늘 너무 감사해요”라며 일어섰다.


비틀거렸다. 그냥두면 어디가서 쓰러질 것 같았다. 후배녀석이 곧바로 따라 나섰다. 밖을 보니 후배녀석이 다행히 그 아가씨를 어깨에 부축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리고 떠난 지 1시간이 흘렀는데도 후배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폰도 받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밤새도록 연락은 두절이었다.


작업에 성공했겠구나 하고 선배집으로 가 하룻밤을 푹자고 일어났는데 급한 전갈이 왔다. 어제 밤에 연락이 두절됐던 그 녀석이었다.
“형님 속았습니다. 지갑을 몽땅 털렸습니다.”
지금도 알수 없는 것은 그 지갑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작업은 제대로 진행됐는지, 어떤 상황이는지 바로 그것이 궁금해서 조만간 다시한번 부산에 내려갈 작정이다.
“주당 여러분 부산 가머 우야던동 이런 여자 조심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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