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주태백이 동서간(上)
주당과 장모님과의 첫대면.
"여보게 자네는 술을 좀 하는가."
"예 조금밖에 못합니다."
1년후.
"여보게 안서방 자네는 술을 하지 않는다더니 거짓말이었구만."
"어떻게 장모님 앞에서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겠습니까"
3년이후.
"여보게 안서방 술 좀 그만 마시게, 마누라 고생시키지 말고."
"장모님 사회생활 하다보니 술안마시고는.........."
속았구나! 그렇지만 이미 버스는 지난 뒤였다. 술 한두잔 할 줄모르는 사람 없듯이 주당치고 초면의 장모님께 이런 거짓말 안한 사람있으면 나와보래 그래.
이런 화두는 남자들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들 자리에서도 남자들이 늑대니 뭐니해서 거짓말쟁이의 대명사처럼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주태백이 동서간에 벌어진 이야기를 한번 해보기로 하자. (나와는 가까운 선배라 이름을 밝힐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동서간에도 주당은 주당끼리 어울리기 마련인가보다. 결혼당시 "술은 소주 한잔정도가 고작입니다"라는 완벽한 거짓말을 앞세워 결혼에 성공한 동서간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후 한달도 채 못돼 주당의 본성을 드러내고 만 전형적인 주당파 들이다. 보통의 정이 아니고는 동서간이 형제처럼 어울려 살기는 어렵다. 물론 이들의 끈끈한 정은 알코루(술)가 맺어주고 있다지만 얼마나 정이 들었으면 한 아파트 그것도 같은 동에 살겠는가.
허구헌날 둘은 모여 산을 녹이고, 이슬을 적시고, 보리밭은 태웠다. 어찌보면 동서간에 저렇게 우애가 있을까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모님이나 마나님들은 치를 떠는 존재들이었다. 그냥 퍼마시기만 하면 오죽 좋겠는가. 손위동서의 술버릇은 가끔 실수를 연발하는 선천성 주태배기 수준이고, 아랫동서는 이런 형님을 너무도 잘 보필하는 후천성 주태배기라고 할까. 그런데 하루는 너무도 잘 보필한 나머지 형님을 염라대왕 앞으로 보낼뻔한 일이 벌어졌다.
석양이 마지막 걸터앉은 산마루와 떨어지기 싫어 발버둥을 치고 있을 무렵 손위동서의 오장육부는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파전이라도 한장 굽어놓고 걸죽한 막걸리 한잔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누구를 선택해 이 요동치는 오장육부를 잠재울까하고 고민의 터널로 막 빠져들 무렵, 역시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아랫동서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성님! 여거 아파트에서 쪼까 떨어진 00곱창집인디요, 조카들과 처형모시고 이쪽으로 와부시오 잉."
이게 왠떡인가. 역시 기다리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두손들고 화답했다.
"그려, 나가 처형하고 애기들 데리고 곧장 갈 것이구먼."
이렇게해서 양주당파 동서간 가족이 곱창집에 뭉친 시간은 저녁 6시경, 둘은 마치 소주와 왠수진 듯 빈병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두시간 정도를 마셨을까. 이슬맞은 빈병이 대여섯병으로 늘어날 즈음 서서히 아래동서의 후천성 주태백이증세가 발작하기 시작했다.
<다음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