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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한번 혼나 볼래

  • 고유번호 : 1147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0:53:17

<118> 해결사(上)


막걸리 몇잔 퍼마시고 달아놓은 외상값 갚자고 갔다가 도리어 외상값 달아 놓고 오는 주당이 많았던 20여년전만 해도 대부분의 술집 외상장부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단골집이야 ‘찍’ 그으면 되고 그렇지 않은 집이면 돈이 될만한 시계나 반지등을 맡기면 별 어려움 없었던 그런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술값 떼먹는 주당도 많았고, 심지어는 상습적인 주당도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카드가 현금으로 사용되는 시대적 상황으로 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그당시로 볼 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남자들의 간뗑이는 폭싹 쪼그라 든 반면 몇백만원의 외상술을 먹고 다니는 간 큰 여자주당들이 등장했다.
‘뭐 그럴려고’ 할지 모르나 현실이다. 그것도 제때 외상값을 갚지 않는 여자주당들 때문에 ‘여성 술값 전문해결사’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단순한 협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납치 구금까지 일삼는 무서운 신흥조직들이다. 음주문화 변화 속도에 미처 남자주당들이 따라가지 못한 원인도 있겠지만 여자들이 외상으로 몇백만원어치의 술을 퍼마시고 다닌다고 하니 세상 참 많이 변한 것 아니겠나.


혹시 강남일대 유흥업소 주변을 배회하다보면 유독 여자손님들만 유인하는 삐끼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술집이 여성접대부를 고용하고 있다면 이들 술집들은 영락없이 남자접대부를 고용하고 있는 호스트바임에 틀림없다.
호스트바 안에서 벌어지는 분위기야 이미 92회 93회때 자세히 소개한바 있어 생략하고, 모 술집 새끼마담으로부터 이들 조직들에게 외상값 때문에 시달렸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올초 강남에서 제법 알아줄만한 모 단란주점에 덤으로 끼어 술을 마시려 간적이 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새끼마담으로부터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
(나로서는 재미있는 술이야기를 연재하다보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아저씨 여자들이 가는 전용 술집 알지요.”
“음! 그거 호스트바 아니야.” “그런데 남자들은 외상술 먹고 제때 값지 않으면 조폭들이 협박을 하나요.”


“야! 마담인 네가 더 잘알거 아니야.” “아저씨 내 친구가 난생처음으로 호스트바에 갔다가 술이 취해 객기를 부리다 외상술을 먹게 됐는데 제때 갚지않아 혼쭐이 난 일이 있데요.”
“야! 먹은 술값 갚아주면 되지, 안갚아주니 그렇겠지.” “그게 아니고요, 술값도 제때 갚지 않으니 협박하다 못해 달러 이자까지 붙여 물어줬다나 봐요.”


새끼마담의 여자친구 술값은 90만원, 밀린 날짜는 한달가량, 여자가 한 번에 쏘기에는 제법 많은 술값이지만 객기 부린 탓에 빼도박도 못할 처지가 됐다. 그렇다고 또다시 그 술집에 갈 일도 없고 해서 차일 피일 미루던 차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현장을 극화해 보자).
“여보세요 000술집 지배인인데요. 외상값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으니 잠깐 좀 나와주시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별일 없겠지 하고 찾아간 모 호텔 커피숍. 처음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전화를 했던 그 남자 옆에는 건장한 체구에 험상궂은 남자두명이 버티고 있었다. 심상찮은 분위기였다. 인상만 봐도 지레 겁이 날 정도의 한 남자왈 “너 한 번 혼나볼꺼야, 두말하기전에 빨리 갚어, 만약 내일 모레를 넘기면 너는 서울에서 영원히 사라질줄 알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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