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매실주 한잔에 정신 잃고…

  • 고유번호 : 1141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0:51:20

(115)치사량


40대 중반의 한 사나이가 있다. 조물주가 세상사람 모두에게 6통(골통, 죽통, 심통, 밥통, 변통, 술통)을 달아주면서 이친구에게는 그만 깜빡잊고 술통을 달아주지 않았다. 때문에 어떤 술자리에서도 용의 눈물(소주 두방울 수준) 정도 외에는 마셔본 사실이 없는 무알코올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식도를 타고 내려갔던 알코올 모두를 합해도 소주 한잔이 안될 정도라니 그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아무리 술을 못먹어도 그렇지 소주 반잔이 치사량이라니 누군들 믿겠는가. 설마하지만 이것만은 진실이다. 흔히들 쥐약이라도 그만큼은 마시겠다고 하겠지만 이친구 진짜 깨진 맥주병 조각만 봐도 머리통이 흔들흔들 거리는 ‘탄생성 알코올 흡입통 비장착증’에 걸려있다.


그런데 이친구가 대형사고를 냈다. 뭐 사람 두들겨 팬 사고가 아니라 죽을 생각으로 매실주 한잔을 원샷하고 변기를 부둥켜 잡고 밤 샌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바로 설마가 사람 잡았다고나 할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평소 점잖키로 소문났고 허우대 멀쩡하게 생긴탓에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서는 핸섬보이로 소문이 났다. 초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단시간내 최다 팬을 확보한 이친구 그이름도 당당하게 아파트 동대표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것이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됐을텐데 동대표 회장을 선출하는 자리에서 또다시 회장이라는 걸죽한 타이틀 하나를 더 확보했다. 40 중반을 살면서 초등학교 줄반장 두세번 정도가 고작인 그에게 평생 자랑거리로 남게될 회장자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골때리는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회장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회의장에서 축하 술자리가 벌어졌다.


술 한잔씩을 따른 동대표들은 회장님의 압도적 당선을 축하하는 건배를 제의했고 모두가 원샷으로 매실주 한잔씩을 간단하게 비웠다. 그러나 이친구는 마시는 척만 했지 입술만대고 잔을 내려놓았다. 이런 모습에 가만히 있을 주당 어디있겠는가. 가장 젊은 동대표 왈 “아니 회장님 우리를 무시합니까, 건배한 첫잔을 마시는 척하다가 입술만 대고 내려 놓는 것은 예의가 아니잖아요”라며 비수를 꽂았다. 이어 다른 동대표들이 동조했고 급기야는 안마시면 안될 분위기로 급진전 됐다.


이실직고 했다. “나는 한잔만 마셔도 사경을 헤메는 정도니 제발 술만은 이해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동대표는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마실 것을 강요했다. 술통은 없지만 심통은 살아 있는지라 에라 모르겠다며 매실주 한잔을 원샷으로 식도를 향해 들이 부었다.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알코올을 받아들이는 간과 위장에 일대 반란이 일어났다.


정확히 5분후 심장이 벌렁벌렁, 위장이 울렁울렁, 머리가 흔들흔들, 손 발이 흐느적 흐느적거림과 동시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몇사람의 부축으로 집으로 배달돼왔지만 도저히 미식거리는 속 때문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위장의 반란군이 식도를 거슬러 탈출을 시도하려다 후퇴하기를 몇시간(경험에 따르면 사실 오바이트가 제대로 안나오면 미치고 폴짝 뛴다)변기를 끌어 않은채 완전히 기진맥진 상태에 빠졌다(당시 이런 광경을 지켜본 부인에 의하면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새벽까지 계속된 이런증세는 다음날 출근조차 제대로 못할 처지가 됐고 정확히 3일이 넘어서야 회복국면을 맞았다니 세상에 이럴수가. “세상 주당들이여 당신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이다”.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