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주당은 나쁜사람 아닌데

  • 고유번호 : 1197
  • 작성자 : 손상대 기자
  • 작성일 : 2007-02-27 21:17:40

<143>  끊어 말어


“이것 진짜 술을 마셔 말어”담배에 이어 술에도 ‘정신보건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말이 나오자 전국 주당협회와 주포스맨협회에 초비상이 걸렸다. 기호식품에 까지 부담금을 얹어줘가면서 술을 마셔야 한다면 꾼들의 위신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담배 때문에 인간적인 푸대접을 받고 있는 판에, 또다시 술로 인해 팔불출 대접을 받는다면 담배피우고 술마시는 사람은 ‘열심히 피우고 마신 당신 떠나라’밖에 안된다는 푸념이다.


그래서 인지 요즘 술자리에 앉으면 대부분이 꼴상사나운 정치판과, 술에  달라붙으려는 정신보건부담금 같은 진드기 이야기들 뿐이다. 주당들과 주포스맨들은 광분한다. 도대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이러냐는 것이다. 아무리 쪼다 삼테기(바보 집단)같지만 국가경제에 몸 아끼지 않고 살신성인 하는 사람들인데 선물은 못주더라도 손가락질 받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다. 지당하신 말씀이긴 하지만 어째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사실 술하면 우리나라를 빼놓고는 말이 안된다. 1전짜리 막걸리로 출발해 수백만원짜리 양주를 마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몸을 망쳤는가 말이다. 이런 희생으로 말미암아 술 소비국 세계2위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획득했으니 어찌 호락호락 쉽게 내놓겠가. 만약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술을 마시지 않던가 법으로 술 마실 경우 중죄로 다룬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나라경제는 곤두박질 치고, 살인, 성범죄 등이 창궐하게 될 것으로 주당들은 분석하고 있다. 술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면 그와 비례해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홀애비 마음 과부가 안다고 술은 온갖 희노애락의 가운데서 적잖은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싸움을 말리는 화해의 촉매제로, 우울한 기분을 기쁨으로 바꿔주는 시원한 이슬로,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청량제로, 사랑의 기쁨을 돋워주는 사탕으로, 용감무상의 촉진제로,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명약으로, 좌절에서 희망으로 달려가는 채찍으로 그 사명을 다해왔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술은 어른에게 배워라’고 하지 않았는가.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지만 ,술버릇은 죽을 때까지 그것도 모자라 저승까지 가져간다고 했다.


송강 정철 선생은 계주문에서 이렇게 술을 표현했다. “취했을 때는 마음 내킨대로 했다가 깨고 나면 아무것도 모른다. 누가 혹 취중에 했던 일을 말해주면  처음에는 믿기지 않다가 사실을 알고 나서는 부끄러워 죽고만 싶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 하고서도 내일 그 짓을 또 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만약 술을 끊겠다는 이 마음의 약속을 못 지킨다면 지금 건너고 있는 저 강물을 무슨 면목으로 다시 볼 것이냐”고 했다.


그렇다 작심삼일의 술 끊기 보다는 이왕에 배운 도둑질이니 주당선생들과 주포스맨들이 이제 건전한 음주문화를 선도하는데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술 더 뜬다면 우리나라도 독일 중국과 같이 전국민이 동참하는 술 축제를 매년 벌여보면 어떻겠습니까. 전국에 계신 주당 여러분 이런 예기 들으면 스트레스 팍팍 받을 것입니다. 바로 이럴 때 한잔하면서 이야기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당은 나쁜사람들이 아닌데. 자 모두 잔들고 부라보!.



리스트
답글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 300자 이내 / 현재: 0 자 ] ※ 사이트 관리 규정에 어긋나는 의견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현재 총 ( 0 ) 건의 독자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