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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뒤흔든 실데나필, 그 위대한 '사이드 이펙트'
역사적 실수로 탄생한 비아그라 '20세기 최대 발명품'으로...고산병 처방은 위법
기사입력 2016.11.30 17:15:40 | 최종수정 2016.11.30 17:15:40 | 류종화 기자 | jong31@bokuennews.com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해피 드럭(Happy Drug)'이라 불리는 일부 의약품은 그 목적이 약간 다르다. 해피 드럭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발모촉진제, 피임제, 칼로리커팅제 등이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수술이나 병의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 역시 '해피 드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해피 드럭’ 중 가장 유명한 제품군은 바로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분야다. 신약 연구 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1초에 6명이 섭취하는 인기 의약품으로 거듭났다. 일각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비아그라’를 꼽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정도다.

심혈관 질환 치료제가 발기부전치료제로ㅡ

비아그라의 탄생 계기는 ‘역사적인 실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원래 비아그라는 화이자에서 심장 질환인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약이었다. 화이자는 1985년부터 협심증 등 심장병 치료를 위한 혈액공급증가 물질 연구를 시작했고, 1989년 실데나필이라는 정제 물질을 개발했다. 화이자 연구원들은 실데나필 성분이 심장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 치료제를 개발,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실망스러운 효과만을 얻었다.

그대로 사장되는 줄 알았던 실데나필 성분 함유약을 구원한 것은 뜻밖의 부작용이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에게서 음경 발기가 멈추지 않는 증상이 보고된 것. 심장으로 몰려야 할 혈액이 엉뚱한 곳에 몰림에 따른 예기치 못한 현상이었다. 임상시험 참가 남성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고무된 화이자 연구진은 즉각 실데나필을 협심증이 아니라 발기부전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발기부전치료제 분야를 개척한 '비아그라'

그리고 마침내 실데나필 제제는 1998년 美 FDA로부터 승인을 받으며 인류 역사상 첫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로 상품화됐다. 이후 타다라필을 주성분으로 한 릴리의 ‘씨알리스’를 필두로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PDE 효소를 억제시키는 바이엘의 ‘레비트라’ 등이 속속 출시됐으나, ‘비아그라’의 인지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비아그라’는 1998년 출시 이후 2013년까지 전세계 19억 정 이상이 판매되며 제약업계 최고의 히트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비아그라는 오랫동안 발기부전치료제 분야의 1위로 군림해왔으나, 2012년 5월 특허가 만료되며 세계 곳곳에서 복제약 열풍이 불었다. 당시 비아그라 복제약 허가를 받은 국내 제약사만 30여 곳이 넘었다. 특히 한미약품이 개발한 ‘팔팔’의 경우 오리지널 비아그라와 비교해 1/3 수준의 약가를 내세워 2015년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액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CJ헬스케어의 ‘헤라그라’, 대웅제약의 ‘누리그라’, 삼진제약의 ‘해피그라’ 등이 매출 상위권을 자랑하고 있다.

직접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작명 '화제'

비아그라와 같은 해피 드럭의 이름은 직접적이면서 재치있게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아그라의 경우 타갈로그어에서 ‘고환’이라는 뜻을 가진 Viag라는 단어의 복수형이라는 설에서부터, 활력이 넘친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Vigorous에, 전세계 최고 유량을 자랑하는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를 합성한 단어라는 이야기, 산스크리스트어 등 어원에 대한 다양한 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2년에는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며 쏟아져 나온 수많은 복제약 중에도 재미있는 이름이 많다. 한미약품의 ‘팔팔’을 비롯, ‘자하자’, ‘불티스’와 같이 재미있는 한국어 이름을 채택한 제품에서부터, ‘누리그라’, ‘해피그라’, ‘바로그라’, ‘오르거라’, ‘세지그라’, ‘스그라’ 와 같이 비아그라를 재치있게 패러디한 제품명도 있다.

▲비아그라의 제네릭 의약품으로 출시된 '해피그라'와 '팔팔정'

사실 재미있는 작명 제품은 2015년 특허가 만료된 시알리스 복제약 쪽이 더 많다. 한미약품은 ‘팔팔’의 성공에 힘입어 시알리스 복제약의 제품명을 ‘구구’로 지었고, 종근당 ‘센돔’, 화이트제약 ‘탄탄’, 셀트리온제약 ‘타올라스’, 대웅제약 ‘타오르’, 서울제약 ‘불티움’, 삼익제약 ‘네버다이’ 등 이름만 들어서는 의약품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색적인 이름의 제품이 줄을 이었다.

비아그라의 효능... 고산병 예방제로 적당할까?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이기는 하지만, 당초 협심증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던 탓에 날이 갈수록 다양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부 약학자들 사이에서는 ‘제 2의 아스피린’ 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비아그라의 대표적인 처방 용도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다. 실데나필의 혈관확장 성분을 이용해, 심장과 폐에서 충분히 산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소아의 혈관 확장을 유도한 것. 실제로 6개월 만에 태어나 폐와 심장 기능이 완전치 못 한 미숙아에게 비아그라를 투여해 산소 공급을 도와 생명을 살린 사례도 보고되었다. 실데나필은 이런 효과를 인정받아 2005년 FDA로부터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승인받아 ‘레바티오’라는 상품명으로도 출시되었으나, 시판 후 연구에서 사망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2012년부터 소아 폐동맥 고혈압에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한켠에서는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비아그라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산병은 고지대에서 산소가 부족하여 일어나는 증세인데, 실데나필 섭취 시 혈관이 확장돼 몸에 산소가 빠르게 공급되어 증상을 완화한다는 설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허가범위를 초과해 약이 처방되는 오프라벨 의료의 일종으로, 국내에서도 다수 의사들이 고산병 예방약으로 비아그라를 처방해 주던 것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원칙적으로 잘못된 처방이다. 얼마 전 청와대 비아그라 구입 파문으로 논란이 일자 비아그라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와 폐동맥치료제 2가지 용도로만 허가받았으며, 고산병 예방약로서 사용은 허가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으며, 고산병치료제협회(the Institute for Altitude Medicine) 역시 비아그라와 고산병 치료와의 연관관계가 확실히 입증된 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 일선에서는 고산병 예방약으로는 수분 섭취를 도와주는 이뇨제 아세타졸아마이드 성분의 ‘아세타졸’, ‘다이아막스’ 등이 주로 사용되며, 비아그라의 경우 그 효능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기에 되도록 처방해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비아그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에 속해 있다. 심혈관 계통에 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실데나필로 인해 혈류량이 급작스럽게 상승하면 부정맥 혹은 심정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협심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산화질소공여제나 질산염 제재와 함께 복용할 경우 급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의료계는 경고한다.

 
 
류종화 기자 (jong31@boku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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