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이는데 녹내장?"…정상 안압도 안심 못한다

국내 환자 70~80% 정상안압녹내장…안압 정상이어도 시신경·시야검사 함께 받아야

김아름 기자 2026.08.03 10:00:00

녹내장은 특별한 증상 없이 시야를 조금씩 빼앗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특히 안압이 정상 범위여도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국내에서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안압만 정상이라는 이유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1년 108만29명에서 2025년 127만94명으로 약 17.6% 증가했다.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질환이다. 원발개방각녹내장과 정상안압녹내장 등 대부분의 만성 녹내장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손상된다. 중심 시력은 비교적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환자가 이상을 느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안압은 눈 속 방수의 생성과 배출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을수록 녹내장 위험이 증가하지만, 안압이 높다고 모두 녹내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상 범위의 안압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의 약 70~80%가 정상안압녹내장에 해당한다. 시신경 혈류 이상과 유전적 요인, 고도근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박지혜 교수는 "양쪽 눈이 서로의 시야를 보완하기 때문에 한쪽 눈이나 일부 시야가 손상돼도 환자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며 "건강검진에서 안압이 정상으로 측정됐다고 해서 녹내장이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시신경과 망막신경섬유층, 시야검사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환이 진행되면 계단이나 문턱을 헛디디거나 옆에서 다가오는 사람이나 물체를 늦게 발견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운전 중에는 옆 차선 차량이나 보행자를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말기에는 주변 시야가 대부분 소실되고 중심부만 남는 '터널 시야'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반면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응급질환이다. 방수 배출 통로가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해 심한 안통과 충혈, 시야 흐림, 시력 저하가 발생하고 두통, 메스꺼움,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소화기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 치료는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압을 낮춰 추가 손상을 막고 진행을 늦추는 데 목적이 있다. 안약 치료가 기본이며, 질환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이 시행될 수 있다. 증상이 없거나 안압이 정상으로 측정되더라도 처방받은 안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하면 시신경 손상과 시야 결손의 진행을 늦춰 남아 있는 시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40세 이상이거나 안압이 높은 사람, 녹내장 가족력, 고도근시, 당뇨병 등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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