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기보다 환자 특성 본다"…폐암 치료, 정밀의료 중심으로 진화

5년 생존율 42.5%로 향상…NGS 유전자 검사·다학제 진료로 환자별 최적 치료 시대 열려

김아름 기자 2026.08.03 08:00:00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폐암 치료가 '병기 중심'에서 '환자 맞춤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과 항암치료가 치료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암의 유전자 특성과 환자의 전신 상태를 함께 고려하는 정밀의료가 폐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폐암은 여전히 매년 약 2만명이 사망하는 치명적인 암이지만, 치료 기술 발전에 힘입어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12.5%에서 2019~2023년 42.5%까지 크게 향상됐다.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현 교수는 "폐암은 같은 병기라도 환자의 나이, 폐 기능, 동반질환, 암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영상 검사와 조직 검사뿐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 치료의 가장 큰 변화는 환자의 암 특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료의 발전이다.

특히 진행성 폐암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암세포 내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이 활용되면서 한 번의 검사로 수백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유전자 변이를 하나씩 확인해야 해 검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부담도 컸지만, NGS 도입 이후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보다 빠르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진행성 폐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폐암에서도 환자의 상황에 따른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심폐 기능 저하나 고령, 만성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정밀 방사선 치료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폐암 치료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다학제 진료의 확대다.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전문 분야가 참여해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한다.

이 교수는 "폐암은 단순히 암의 크기와 병기만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폐암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조기 발견이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폐암 환자의 약 15% 정도만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 안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어 종양이 커져 주변 조직을 침범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객혈, 호흡곤란, 흉통,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등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흡연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암의 주요 위험 요인은 흡연으로 전체 폐암 발생의 약 70%가 흡연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접흡연, 대기오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가족력 등 다양한 요인으로 비흡연자 폐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폐암은 더 이상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다"며 "정밀한 진단과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통해 생존율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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