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중 1명 암환자…항암치료 부담 크게 증가

항암신약 보험등재까지 장시간 소요…개선책 마련 시급

이원식 기자 2016.05.10 17:11:58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암의 예방과 진단, 치료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면서 암 환자의 수명연장과 삶의 질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막대한 자원의 투자와 신기술의 개발로 암 치료 분야에서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특히 항암 신약은 암환자의 기대여명을 증가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암 치료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고 선진화된 치료정책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상설기구로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이 발족했다. 협력단은 첫 번째 활동으로 주요 국가 위주로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백서를 발간했다. 항암 치료의 분야별 현안을 진단하고 암 환자의 치료 개선방안을 모색한 이번 백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1000여개 항암신약 연구개발 중

암 예방과 진단, 치료 분야의 진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1000여 개의 잠재적인 항암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한 연구개발 중에 있으며(IMS R&D Focus, 2015 September) 이 중에서 80%는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계열 최초(first in-class)의 신약이다.

항암제의 연구 개발에 연간 약 700억달러가 지원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의약품 연구개발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항암 신약들은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암의 특정 유전자, 단백질, 또는 조직환경을 표적으로 한다. 이같은 표적 치료제들의 경우 효과는 더욱 개선된 반면 독성은 낮아, 치료 과정 중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기능 회복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암으로 인한 생존 가능성도 향상시킨다(Huang SM 2013, Ribecco AS 2013).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표적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도 항암 신약의 유망주다. 면역항암제는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 세포를 공격한다. 효과가 큰 반면 부작용이 적고, 적용 대상도 넓은 편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항암 신약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의 폭이 확대될 것이며, 그 중 일부는 획기적인 치료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암 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받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암 진단, 수술 및 방사선 치료의 보급률은 높은 반면, 다른 선진국 대비 항암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항암 신약에 대한 국내 암 환자들의 접근성은 기타 다른 질병의 약제보다 낮아서 형평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

 

국내서 허가 받은 항암신약 선진국 수준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항암 신약의 수는 다른 선진국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허가된 많은 항암 신약들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아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OECD 20개 국가를 대상으로 보험등재 된 항암제의 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하위 4위에 머물러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허가된 항암 신약 가운데 68%(34개 중 23개 신약)가 출시됐지만 29%(34개 중 10개 신약)만 보험 등재됐다. 허가된 모든 신약이 출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환자에게 사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보험 등재 확률이 높은 의약품이 주로 출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허가된 항암 신약 중 보험 등재된 비율은 OECD 20개 국가들의 평균(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혁신적이거나 의학적 요구도가 높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보다 신속히 확대하기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은 신속 승인절차를 운영 중이다. 실제로 2009~2014년 미국 FDA와 유럽 EMA는 신속 승인 절차를 통해 35개의 항암 신약을 승인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이 35개 약제 중에서 단지 20개만이 허가를 받았다. 허가받은 20개 중에서도 70%(14)가 출시됐으며 이 중 15%에 해당하는 3개 약제만이 보험에 등재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된 항암 신약들이 이번 조사 대상 국가에선 절반 이상이 보험 급여를 적용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OECD 국가 중 보험등재 가장 오래 걸려

설령 보험 등재가 되더라도 급여결정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연구대상이 된 OECD 20개국 가운데 한국은 항암 신약이 허가를 받은 후 보험등재가 되기까지 가장 오랜 기간(~20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국가들의 경우 보험급여를 결정하기까지 통상 6~8개월이 걸리고 일부 국가들은 3개월 미만이 걸리기도 한다. 급여까지 유독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한국의 상황은 항암 신약을 긴급히 필요로 암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 급여적용에 차이가 있거나 지연되는 상황 외에도 한국에서는 급여가 되더라도 항암제에 대한 급여 범위에 제한이 있다. 이는 임상적으로 항암 신약이 적용 가능한 환자이더라도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항암 신약의 보험 급여율은 다른 질병의 신약 대비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국내 암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2009~2014년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항암 신약은 29%만이 보험 급여된 반면, 다른 질병의 약제들은 67%에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항암 신약의 제한된 환자 접근성으로 인해 가장 직격탄을 맞는 대상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한국의 암환자들이다. 국내 종양학 전문가들이 임상적으로 최선의 치료를 제시할 때 미국 ASCO-NCCN(미국임상종양학회,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 국립임상암네트워크, National Clinical Cancer Network)의 치료지침을 주로 참고한다.

그러나 ASCO-NCCN 치료지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침을 비교하면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례로 폐암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교적 오래된 약제를 제시하는 반면, ASCO-NCCN 치료지침에서는 이러한 약제를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다(Lung Cancer Working Group Report 2010).

이로 인한 격차와 여러 다른 요인들로 인해 최근 NCCN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의약품 및 기술에 대한 보험 급여와 허가의 차이를 반영한 특별지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부 내에서도 항암제의 과도한 비급여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 아래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로 인해 일부 상황이 개선되긴 했지만 항암 신약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여전히 다른 질병과 비교해 항암제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 관련업계에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부분은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와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의료 제공자뿐만 아니라 정부와 제약업계도 공조해야 하며, 이를 통해 보건의료의 우선 순위와 관련한 사회적인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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