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다 예방이 중요

[보건포럼] 이소영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감염관리실장

요즘 날씨가 추워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주치의의 권유로 접종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성인 예방 접종은 드물었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 조류 독감과 지속적인 정부의 홍보 덕분에 요즘은 성인 예방 접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플루엔자와 같은 일부 질환의 예방 접종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예방 접종은 집단 내에 감염병의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군중면역을 획득하려는 목적에서 시행한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 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람이 유입되면 집단 내에 인플루엔자가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된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통해 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력을 얻은 사람이 증가하게 되면 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람이 유입되더라도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급증하지 않는다.

예방접종으로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들이 병원균의 밀도를 감소시켜 면역력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예방 접종은 감염병의 유행을 막아줌으로써 사회의 인적, 물적 손해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과거에는 신생아나 소아를 대상으로 한 예방 접종만을 의무적으로 시행하였으나 최근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해서도 일부 질환에 대한 예방 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점차 무료 예방 접종의 혜택의 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성인 예방 접종이 강조되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소아기에 접종한 백신으로 평생 면역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홍역이 유행하여 한때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홍역 항체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95% 이상 면역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 달리 약 70% 정도만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아기에 접종한 백신으로 생긴 면역력이 약해졌거나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부 백신은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인에서의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와 같이 변이가 빠른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에 대한 백신은 매년 새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한 번 접종으로 평생 면역력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매년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또 대상 포진과 같이 이전에 없었던 백신이 만들어졌거나 급성 A형 간염과 같이 과거에 유행하지 않았던 질병이 유행하는 경우 성인도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연령, 성별,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예방 접종은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접종을 해야 한다.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적은 힘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미루었다가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이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약간의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견디고 시기적절하게 예방 접종을 받는다면 병에 걸려 겪어야 하는 고통과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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