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한의약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시론]

“한의학은 국민속의 치료의학으로 거듭나야 한다”(윤석용 한나라당 의원). “(한의계는) 정말 반성해야 한다. (한의학을) 체계화·과학화해야 한다. 한국에만 안주하면 세계화시대에 밀릴지도 모른다. 민족의학 이런 얘기는 하지 않겠다”(김형오 국회의장).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의학이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쇠퇴산업으로 전락했다”(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지난 14일 한의사 출신인 윤석용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신성장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한의학과 제18대 국회의 과제’ 토론회에서 의원들이 한의학에 대해 한결같이 쓴소리를 했다.

김현수 대한한의사협회장도 “최근 대체의학 연구논문이 쏟아지고 있으나 한국·중국이 아닌 미국이 이 시장에서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의학이 국가 주된 의료로 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윤 의원은 “(한방에서) 첩약이 치료 주종인데도 건강보험이 안 되고 있다”며 정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상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현재의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연간 24조원)의 5%(1조2000억원) 수준을 20%(4조8000억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첩약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급여화를 위해서는 한의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이것이 오늘 한의학이 처해있는 현 상황이다. 또한 앞으로 한의계가 풀어야할 과제다. 우리는 국민건강 성공시대에 한방의료가 국민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사실 한의학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은 한방의료가 근거중심의학으로 접근하지 못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국 중의학의 쇠퇴와는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 서양의학이 들어온 이후 중의학은 끊임없이 쇠퇴의 길로 향했다. 모택동 때 중국 헌법 21조에 중의학 발전을 명시하고 위생부 장관도 중의사가 하도록 했지만, 1976년 9월 9일 모택동이 서거하고 등소평이 복귀하면서 중의학은 점차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오죽하면 중국 내에서 과학성이 떨어지는 중의학을 몰아내고 중국 의료체계를 서양의학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을까. 중의학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궁야오 중국 중남대 교수는 “고대 중의학은 저속한 신비주의 습성으로 가득 뒤섞인 잡탕”이라며 “중의학을 허위의학”이라고 비판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중의사 수가 중화민국 초기에 80만여명이던 것이 1950년대 50만여명, 1999년 33만7503명, 2002년 21만3919명, 2006년 19만5128명으로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진정한 전통이론에 따라 탕약 처방전을 할 수 있는 중의사는 10%정도인 2만여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구 13억여명이 되는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 정통한 중의사 수가 고작 우리나라 한의사 수(1만7000명)와 별로 차이 없다는 것은 오늘의 중의학이 처해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어떠한가. 시대적 흐름은 마찬가지다. 위로는 서양의학에 눌리고 아래로는 보완대체의학에 떠밀려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의원 한약의 안전성과 침술 집단 부작용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의료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의료일원화 압박도 강도 높게 밀려오고 있다.

특히 WHO(세계보건기구)와 한·중·일 3개국이 함께 주도적으로 제정한 ‘침술경혈 국제표준’이 한국 침술에서 활용하는 경혈을 대부분 인정했다는 한의사협회의 발표가 국제문제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중국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WHO마저 가세해 한국을 협공함으로써 한의사협회는 물론 우리 정부도 샌드위치처럼 난처한 입장이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도 손인철(전 대한경락경혈학회 회장) 원광대 한의대 학장은 “(침술경혈 국제표준 회의에) 참가했던 사람으로서 이야기 하겠다”며 “한국의 표준안이 채택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협회는 아직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사이에 한의학에 대한 국제적 망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의원 한약과 침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이제 이명박 실용정부는 국가의 한의약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김대중 국민의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는 한의약의 과학화·표준화·세계화 등을 한답시고 엄청난 예산(복지부에만 총 393억4000만원 투입)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국가 한의약 연구개발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 ‘한의약 R&D 중장기 육성 발전계획(2008~2017)’을 수립, 10년간 총 539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똑같이 따라 해서 될 정책이 있고 따라 해서는 안 될 정책이 있는 것이다. 한방의료가 임상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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