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지난 3월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의료계가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지 않으면 응급의료 붕괴를 넘어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일 의협회관에서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근 응급환자를 진료했던 대구 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적법한 전원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전공의는 낙상으로 실려 온 10대 청소년에 대해 혈압과 맥박수 등 생체징후를 확인했으며, 시진과 문진을 통해 환자가 정신적 응급 상태라고 판단,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전원 조치했다.
외적으로는 발목 외상은 경증인 데 비해 정신적 조치가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 보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전원토록 안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해당 전공의가 환자를 처음 봤을 때, 의식도 명료했고 혈압이나 맥박같은 활력징후도 정상 골절이나 출혈증거도 없었고 외상 중증도 높지 않았다"며 "또한 환자 자살시도가 의심되어 진료기능이 충분히 갖춘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전원이 불가피한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응급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의료체계 개선과 의료진 진료의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대처는 물론 전원 조치도 취했음에도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가 됐다"이는 응급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별 의료인으로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는 결국 소청과 전공의 지원 급감을 가져온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라며 "응급의료현장에서 상심과 분노가 일어나고, 현장 응급의학과 전공의들도 동요하고 있다. 이래서 과연 누가 앞으로 응급의학과를 전공하겠나"라고 우려했다.
이형민 응급의학과의사회장도 "응급의료 현장은 지난 10년간 서서히 나빠지고 있었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이제 단순히 붕괴를 넘어 파국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이러한 부적절하고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응급의료 현장 혼란을 막고 필수의료 위기를 벗어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도 "의료인이 의료시스템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현장에서 내모는 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응급의료체계 문제로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 법적 부담 해소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 및 응급의료기관 적정 보상 지원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및 경증환자 이용 자제 등 이용행태 개선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관련 의료현장 의견 반영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 중단 등을 요청했다.
이와함께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려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더 이상 그만두지 않아야 한다. 의사가 본인 소신대로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만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교통사고 책임보험처럼 필수의료 책임보험 도입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응답이 없다. 이제 이런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도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시켜 불필요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역완결적 최종치료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증응급환자가 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해 의료현장과 정부의 대책 간에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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