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권혁한 선생을 좋아한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정년퇴직했다. 내가 봉직했던 보건대학원은 세월이 변함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초창기에는 전공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본인의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전공과목이 전체 강의 중 20%나 많아야 30%를 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거의 매일 같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모든 학생들과 교류도 잦았다.

세월이 지나 전공과목이 뚜렷해지고 지도교수의 역할이 커졌다. 보건행정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환경위생학을 수강하지 않았으며, 역학전공자도 다른 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 따라서 공통과목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권혁한 선생은 이런 상황에서 보건대학원에 와서 수학했다. 지금은 은퇴한 김정순 교수가 지도교수였고 역학을 전공했다. 권혁한 선생은 인품이 좋고 사교적이어서 전공 이외의 교수들과도 교류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보건행정학 전공이어서 관계가 소원해도 이상할 게 없는 권혁한 선생이 내 연구실에 찾아왔다. 그 일을 계기로 같이 저녁식사도 하고 술도 마셨다. 하루는 산수화 액자를 내 연구실에 선물로 보내왔다. 마음에 들어서 연구실에 걸어놓았더니 내가 잘 아는 지인이 찾아와 참 잘 그렸다며 달라고 해 그에게 주었다.

권혁한 선생은 교류관계를 통해서 면역학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사회활동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전국볼링연합회 회장으로 일하고 많은 대외활동도 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니 내가 잘못 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가 보내온 그림액자를 소중하게 간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이다.

그 후 외부강의로 여러 곳에 강의를 나갔는데 그곳에서도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는 서울대학교 병원 교육연구부에서 연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 후 세월이 지나 대학을 정년퇴임하고 우연히 TV를 보다 권혁한 선생이 보건의료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에는 권 선생이 보건대학원 총동창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를 초대한다는 연락도 받았다. 참 기분이 좋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왕성한 활동과 근황을 알게 돼 매우 반가웠다.

나이를 먹어 이제는 일도 많지 않고 외출을 많이 하지 않지만 그의 근황을 접하고 인간관계가 이렇게 오래 계속되는 것에 새삼 기쁨을 느낀다. 그저 과거의 인연으로 다시 권혁한 선생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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