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막기위해 삭발까지… 의사-간호조무사들 거리로

의협-간무협, 여의도 '공동 궐기대회'… 이필수-곽지연 회장 삭발 "저지위해 총궐기"

22일 오후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에 나서고 있다

"국회가 만약 간호법안 통과를 강행한다면 전국 의사와 간호조무사, 10개단체 구성원들은 엄중한 심판에 나설 것이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 의료계와 간호조무사협회가 간절하면서도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만을 위한 법으로서, 다양한 직역의 협업이 중요한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반발, 삭발식에 이어 가두시위까지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22일 여의대로 대로변 앞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의협 집행부 임원 및 대의원회 의장, 운영위원회 위원, 전국 각 시도의사회 회원,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및 산하 학회, 의사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공공의학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단체 및 한국여자의사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원 및 전국 간호조무사회와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의료기사총연회 임원 등 주최측 추산 7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간호법 반대'라고 적힌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간호사의 이익대변 간호법안 결사반대' 등이 적힌 띠를 착용했다. 또 '간호사의 의사행세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 개정안은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타 보건의료 직역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법과 별개로 간호법이 제정돼버리면 기존 질서에 심각한 균열과 파장이 초래된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법과 제도가 붕괴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위험한 시도를 다른 분야도 아닌 의료분야에서 시도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의사를 비롯한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직역의 여러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사명감으로 분투해왔음에도,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에게만 코로나19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려 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는 보건의료직역에 대한 차별이라고 분노했다.

이에 간호협회를 향해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온몸을 던져 헌신한 결과에 대한 보상을 오직 간호사만 얻겠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엔데믹의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직역의 땀과 노력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고 이기적 행태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국회를 향해서도 간호법 논의 중단을 강력 요구했다. 

이 회장은 "강경한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14만 의사와 85만 간호조무사 그리고 연대하는 보건의료단체 구성원 모두 대대적 총궐기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도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간호법은 85만 간호조무사를 죽이고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법안이라며 깊은 절망감과 분노를 표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며, '간호사법'으로 이름을 바꿔야한다고 비난했다. 

곽 회장은 "간호조무사를 수혜자라면서 우리를 모독하지 말아달라. 법정단체는 당연한 우리 권리이지, 그 무슨 선물이 될 수 없다"며 "간호조무사는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이다. 당연히 없어져야 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를 '고졸'만 하라고 학력을 제한한 것은 간호조무사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다"라고 반발했다.

곽 회장도 국회를 향해 "간호단독법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많다. 당사자들의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국회 절차적으로도 여야 합의없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며 "법사위에 간호법을 상정하지 말아달라. 복지위에서 재논의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간호법 철회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 회장의 격려사와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 고현실 전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 위원장, 박시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사업이사, 장인호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간호법'을 강력 비판하며 저지에 나섰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민주당이 간협에 어떤 발목이 잡혀 이렇게 날치기로 악법을 통과시켜야 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며 "코로나 위기에 간호사만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조무사 그리고 모든 의료인 하나 되어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피땀 흘리며 사투를 벌였는데, 간호사 집단은 모든 공을 자신들에게 돌리며 의료계의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만의 처우 개선이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의료인 모두의 처우가 개선돼야 국민의 건강 보호 증진과 생명 보호에 직접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도 "국민건강과 국가 보건의료를 위해서 간호단독법이 필요하다면 의사법, 간호조무사법, 임상병리사법, 방사선사법, 응급구조사 등도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보건의료 10개 단체는 하나가 되어 이 나라의 보건의료를 지켜내고자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역시 "의료계를 갈라치기 하는 간호 악법 추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간호법이라면서 간호조무사의 권리는 과연 어디에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비례원칙의 어느 요건도 갖추지 못한 간호 악법을 통과시킨다면 곧바로 법률 통폐합 주장으로 맞서고, 위헌 소송으로 끝까지 대응하자"고 강조했다.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국민의료의 근간인 의료법을 제쳐 놓고 간호사만을 특별 대우하는 법안을 간호사단체가 고집하고 있는 이유와, 여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국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백 회장은 "이로 인한 국민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국회는 이제라도 잘못을 인지하고 부디 간호법안을 정확히 검토해 제정논의를 중단하고, 보건의료인력 모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시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사업이사는 "응급구조사 직군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인력 중 가장 뒤늦게 탄생한 직군으로 가장 소수이기도 하며, 그간 30여 년의 역사 동안 간호협회의 수없이 많은 탄압과 근거 없는 반대에 직격탄을 맞고, 직군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의 순간에 있다"며 "간호사 독식 구조를 완성할, 이에 의해 간호인건비 폭등을 불러올 것이 자명한 간호법을 깊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인호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회장도 "우리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며 "간호악법 제정 진행을 즉시 중단하고, 폐기할 것을 국회에 엄중히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간호법 저지를 위하며 삭발 하는 모습

특히 이날 이필수 회장과 곽지연 회장은 민주당의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기습적 시도에 저항, 결사저지 할 것이라는 결심을 천명하기 위한 삭발도 단행했다. 또 전국의 회원들의 투쟁의지를 담은 애드벌룬을 굴리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이날 삭발을 단행한 이필수 회장과 곽지연 회장은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을 통해 국회는 앞으로의 입법 절차에서 간호단독법의 불합리성과 부당함을 정확히 판단하여 법안을 철회시키길 촉구한다 △국회가 만약 법안 통과를 강행한다면 전국 의사와 간호조무사, 10개단체 구성원들은 엄중한 심판에 나설 것이다 △전국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간호법 저지에 뜻을 함께 하는 보건의료단체는 간호악법 저지투쟁을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국회의 입법독주에 대응하여 총궐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단체의 연대 투쟁 선언의 열기가 강력하게 불타오른 가운데 이날 모인 단체들은 여의도 공동궐기대회 이후 국회의사당까지 1.6km 의 거리를 걸으며 가두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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