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리수술 종식 나선다… 의협 "자율정화 강화"

CCTV 의무화 근본 대책 안돼… 윤리위 강화‧전문가평가제 도입 등 대책 제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라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자정 능력을 강화하겠다며 '자율정화정책'를 꺼내 들었다.

이는 대리수술의 대책으로 보이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오히려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으로서 의사 윤리 교육 및 전문가평가제 등을 통한 강력 제재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2일 서울 용산구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은 위법,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한 혐의가 적발된 회원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모 의료기관의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의료계 안에서도 충격과 공분이 컸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의법조치를 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와 관련해 이필수 회장은 "의협은 해당 사건을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책임이 막중한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공모해 불법의료행위를 자행한 사건으로 보고, 신속하고 엄정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대표원장과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며 "대표원장에 대해서는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심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소수의 의사들이 관여한 대리수술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 범죄인 것은 물론이며, 의료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이번 인천 모 척추병원의 대리수술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대리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아닌, 일부 비윤리적 의사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의사들에 대한 윤리교육 강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공익제보 등을 통해 대리수술 등 비윤리적 행위가 고발되는 상황에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대리수술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CCTV 설치가 의사들의 소신진료를 막아 오히려 위중한 환자의 진료가 지연되는 심각한 국민 건강 위협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의료계 자율정화 차원에서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전문가평가제추진단 활성화 △자율정화 특별위원회 설치‧운영 및 면허관리원 추진 등의 대책을 내놨다.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강화’는 징계의 기초가 되는 조사 및 심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사 및 심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내용이다.

의협 장선문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비윤리적 진료행위 방지를 위해 의사의 윤리의식은 더욱 강화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올바른 의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중앙윤리위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참의사상을 확립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평가제추진단'은 의료계 자율정화를 위해 시범사업으로 운영해온 전문가평가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추진정책이다.

의협이 보건복지부와 5년 전부터 시작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2016년 11월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경기도 등 3개 시도의사회에서 제1기 시범사업이 시작됐으며, 2019년 5월부터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부산, 울산, 대구, 전북 등 8개 시도의사회로 사업지역을 확대해 현재까지 제2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동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은 "지금까지의 전문가평가제 추진결과를 살펴보면, 의사 자율정화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심의대상 유형이 크게 확대됐다"며 "홈페이지, 어플 등 불법의료광고 및 환자유인행위, 몰카 등 성범죄, 의약품 관리 미비 및 업무상 과실, 의료기관내 폭언·폭행, 유사 사무장병원, 무료진료, 환자불만족 등에 이르는 매우 다양한 유형의 민원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규정된 절차에 따라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양 단장은 "다수의 민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료인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법령과 윤리 위반 사안들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게 하고 계도함으로써 자체적인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게 한 것은 큰 성과이다"며 "이러한 계도와 시정을 통해 의료인들 간의 자율규제 기능이 작동될 수 있었고, 보건의료질서와 의료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잘못된 의료정보의 게시행위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의료인의 시각에서 실질적으로 조사했기에, 조사 과정에서 수범자인 의료인들도 이를 쉽게 수긍했고 의사 윤리 준수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봤다"고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자율정화 특별위원회'와 '면허관리원'은 중앙윤리위와 전문가평가제와 별개로 실효성 있는 의료계 자정활동을 위해 추진하려는 정책이다. 특위와 관련, 우선 의협 및 각 시도의사회에서 ‘자율정화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접수된 사안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파악 등 신속한 수사를 수행한다.

이후 이를 전문가평가제에서 다룰 사항을 전문가평가단에 의뢰하고, 중앙윤리위에 회부돼야할 사항은 윤리위에 심의를 요청하며, 그 외 사항에 대해 신속히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은 "신고센터는 비윤리적 의료행위에 대해 회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공익 제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익명으로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아울러 제보자 신원 등에 대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여 운영할 것"이라며 "면허관리기능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추진을 통해 자율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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