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식품 안전관리·유통 구조 투명성 제고

[창간 53주년 기획2 / 미래 여는 보건산업] 외고-농식품 분야 블록체인 활용 현황

선진국부터 저개발국까지 활용 중

국내 '축산물 이력관리' 시범사업

유통 추적시간 5일→10분 내로 단축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농업·농촌·식품 분야에서도 첨단기술과의 융·복합화를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도 그중 하나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2025년까지 전세계 GDP의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농촌·식품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식품 안전, 거래의 투명화와 신뢰도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를 통한 안전성과 보안성을 높인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거래 기록을 네트워크 참가자에게 공개해 분산 저장하며, 거래 시 해당 참가자의 확인을 거쳐 거래를 인증하게 된다. 중앙감독기관의 필요성이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즉 서류 위조나 변형 등 신뢰성을 해칠 행위가 근본적으로 차단되는 장점이 있어 거래의 안정성이나 식품 안전성 강화에 유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기술 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통해 산업 분야별 표준화 촉진과 사회적 인식 확산,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업·농촌·식품 분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축산물 이력관리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식품안전·거래의 투명화와 신뢰도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앞으로 활용도와 중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농업·농촌·식품 분야에 적용하는 국가들은 선진국에서부터 저개발국가까지 폭넓게 분포돼 있다. 선진국은 효율성과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저개발국가들은 식품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조달 시스템을 시범 가동 중이며, 주정부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거래 시스템 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을 진행 중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공급업체와 월마트, 맥코믹(McCormick), 돌푸드(Dole Food Company)와 같은 농식품 제조·유통업체가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블록체인 도입 및 확산을 위한 연구를 시행 중이며 독일, 영국, 에스토니아 정부는 시범사업 및 공공분야 적용을 통해 예산 절감 및 사용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하인(Albert Heijn)은 오렌지 주스 생산 과정을 추적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 영국 식품표준청(Food Standard Agency)20187월에 소 도축장에서 검사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일본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조달 시스템 시범사업 및 도입 효과 분석을 시행하고 있으며, 유기 농산물 품질 검증시스템 구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으며, 중국에 진출한 월마트 등이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이력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온두라스는 국가 토지대장 관리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관리들의 토지대장 조작을 방지함으로써 농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각 부처가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투표, 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 축산물 이력관리, 간편한 부동산 거래, 해운 물류, 개인 통관 등이다. 이 중에서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 시범 사업을 통해 현행 이력제 유통과정 추적시간을 기존의 5일에서 10분 이내로 단축하고자 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혁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향후 블록체인의 파급 범위는 상당히 넓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개발단계에 속하며, 개발 초기의 기술을 산업 분야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사업 성공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원인이므로 블록체인 만능론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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