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로봇수술로 암부위만 절제해 신장 회생 가능"

[인터뷰]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비뇨기의학과 김정준 교수

신장암은 국내에서 이미 남성의 6대 암에 편입될 정도로 그 유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신장암 환자는 2013년 2만1000여명에서 2017년 2만7000여명으로 4년 새 32%나 늘었다.

신장암의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연령, 전신 상태, 동반 질환 유무 등에 따라 결정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아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으로 여겨진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김정준 교수

신장암은 그동안 종양이 이환된 신장을 완전히 제거하는 ‘신장 전 적출술’이 오랫동안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왔다. 약 10년 전부터 신장을 보존하면서 암에 이환된 신장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수술법(신장 부분 절제술)이 보급됐지만 아직도 새롭게 진단된 신장암의 절반 정도는 신장 전 적출술이 시행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김정준 교수(비뇨의학과)는 “아직도 많은 신장암 환자들이 별다른 선택지 없이 신장을 완전히 들어내거나, 수술 중 출혈이나 합병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부분 절제를 계획했다가도 결국 신장을 모두 들어내는 수술을 받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신장암을 진단과 치료 양 측면에서 최근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종양이라고 정의했다. 2008년 복강경을 이용해 작은 종양을 부분 적출하는 영상이 발표되기 전까지 신장을 완전히 들어내는 신장 전 적출술이 표준 치료로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사정만 조금 달라졌을 뿐,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신장암 환자에게 신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먼저 권한다.

신장암은 부분 절제를 통해 수술 전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영상검사에서 보이는 부위만 완벽하게 제거해도 완치율이 95%가 넘는다. 또 부분 절제 후 재발한다고 해도 재발한 부분만 추가 치료를 하면 다시 완치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김 교수는 “신장암은 부분 절제를 통해서도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10% 이내의 아주 일부 환자만 제외하고는 기술적으로만 가능하다면 부분 절제술을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신장 전 적출술이 부분 절제술보다 더 많이 시행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부분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부분 절제술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림을 배웠다고 모두 화가 되는 것은 아니듯 비뇨기 종양학을 담당한다고 해서 모두 부분 절제술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신장 부분 절제술은 많은 경험과 타고난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이 2가지를 전부 갖추기는 어렵다.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어떤 의료진을 만나느냐에 따라 신장을 살릴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개복 수술이 매우 드문 현재 의료 상황을 감안하면, 신장을 살리는 부분 절제술의 가능한 대안은 순수 복강경과 로봇 수술 밖에 없다.

하지만 복강경의 경우 30㎝ 가량의 긴 기구를 손만으로 직접 조작하기 때문에 정밀한 움직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종양을 건드리지 않고 종양을 선택적으로 안전하게 제거하려면 종양 주변 조직을 충분히 절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출혈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남은 신장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봇 수술한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빈치 로봇이 국내에 도입된 지 약 10년이 흘렀지만 신장 부분 절제술을 많이 경험한 의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김 교수는 “10여 년 전까지 국내에서 최소침습수술을 시도하려는 비뇨기과 의사가 거의 전무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최소침습수술을 하는 경험 많은 의사가 부족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다”며 “다빈치 로봇이 있는 병원에 있는 의사라고 하더라도 로봇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값비싼 로봇 수술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봇 수술은 많은 경험을 쌓고 나면 빠른 시간 내에 신장에 있는 종양만을 정밀하게 제거하고 세밀하게 봉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에 김 교수는 신장암 치료에 앞서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많은 병원에서 여러 의료진의 의견을 들어볼 것을 권유했다. 다만 신장암도 악성종양인 만큼 예약이나 수술이 1개월 이상 지연된다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빨리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나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물론 로봇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이때 담당 의료진의 로봇 수술 경험(연간 100회 이상), 임상경험(10년 이상), 신장암 진료 경험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수술 후 효율적인 환자 관리를 위해 3차병원, 즉 상급의료기관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어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지 정했다면 신장 종양의 위치나 크기, 형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 김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신장 종양의 크기가 큰 것에 대해 걱정하지만,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 반대의 경우다”며 “신장 종양의 크기가 기준 이하로 작다면 CT를 통한 신장암 진단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략적인 수치로 4㎝ 이상의 신장 종양은 CT에서 암이 의심될 경우 95% 정도의 악성 종양 확률이 있지만, 2㎝ 미만의 경우는 80% 이하로 그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 경우에는 초음파,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세침조직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해 그 정확성을 재평가 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지난 3년간 참여한 수술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체 신장암 환자 중 약 90% 정도에서 신장 부분 절제술을 시도했고, 이 중 약 95% 이상에서 신장을 보존할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8㎝에서 10㎝에 이르는 크기가 큰 종양이라고 해도 신장 부분 절제술을 충분히 시도해 볼만 하고, 신장의 후면이나 신문부에 있는 종양과 같이 위치가 어려운 종양도 기술적 숙련도가 있다면 부분 절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준 교수는 2008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종양학에 대한 진료를 시작했으며 미국 로봇 수술의 본산인 UC Ervine 산하 New Jersey Johnson and Johnson Clinic(Isaac Kim)에서 로봇 수술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강남센터에서 진료와 연구에 전념하다 올해 3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 부임했다. 현재 인천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암, 신장암 및 비뇨기종양 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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