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생제 무용지물… 개발비 경감위한 지원 시급

[기획/ 인류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 국내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그 어떤 항생제도 무용지물로 전락시키는 슈퍼박테리아습격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항생제의 잦은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

실제로 영국 정부가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70만명 가량이 매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하고 항생제 내성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연간 사망인원이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료비용 등 사회적 손실은 100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역시 항생제 내성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당 34.8(OECD 평균 21.1)이 항생제를 처방 받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터키(40.6), 그리스(36.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2014200만명 이상이 내성균에 감염돼 23000명 정도가 사망에 이른다는 국내 통계도 있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 감염 사태 등 최근 잇따른 슈퍼박테리아 출현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대표적 다제내성균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 감염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종(CRE)은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내세균 중 카바페넴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변종균으로 주로 다량의 항생제를 장기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중증환자 및 장기간 입원환자에게 발견되는 병원 내 감염균이다.

카바페넴은 강력한 항균력을 가진 항생제로 주로 중증 세균감염치료에 사용되었으나 수년 전부터 노인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확산 추세에 있는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포탈통계에 따르면 CRE는 지난 20175438건에서 지난해 전국에서 11000여 건으로 급격히 발생신고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에 대처할 수 있는 신약 개발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항생제 내성의 증가 현상으로 새로운 항생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여러 새로운 항생제들이 니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나오고 있다.

머크는 imipenem/MK-7655와 글락소스미스는 GSK052가 항생제 신약후보 물질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 주요업체 가운데선 동아ST와 레고켐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인트론바이오 등이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할 수 있는 슈퍼항생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아ST는 내성균 피부감염 치료 목적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는 마지막 슈퍼 항생제인 '자이복스' 내성에도 효과가 있는 항생제로, 지난 2015년 국내 및 미국 FDA에서 MRSA(메타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포함한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ABSSSI)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현재 미국, 2015년 유럽에서 허가를 받고 현지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적응증을 폐렴으로 확대해 글로벌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다제내성 결핵을 적응증으로 한 치료제 'LCB01-0371'로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감염질환제품인증(QIDP) 승인을 획득한 뒤, 올해 신속심사 대상의약품으로 지정됐다. FDA 허가를 받을 경우 향후 12년의 시장 독점권을 부여받게 된다. 국내에서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LCB01-0371'MRSA, 반코마이신내성 장구균(VRE) 등 그람양성균에 의한 호흡기 및 피부 감염증을 치료 대상으로 한다. 옥사졸리디논계 항생제의 부작용인 골수독성에 대한 안전성이 우수해3주 이상 장기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세파계열 항생제인 'LCB10-200'의 경우 전임상 단계를 진행 중이지만, 미국국립보건원이 주관하는 항생제 임상개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임상 1상을 위한 비용을 지원 받기로 한 상태다. 세파계 항생제는 슈퍼 박테리아 중 치사율이 높은 녹농균 부동간균 폐렴막대균 등을 대상으로 하고, 치료제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슈퍼항생제 'CG400549'는 미국에서 실시한 임상2a상에서 MRSA 환자 11명을 100% 완치시키는 효능을 보였다. 특정단백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슈퍼 박테리아의 세포막 형성을 차단하는 새로운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리스탈은 임상2b상 시험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시험 결과 반코마이신 자이복스 큐비신 등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향균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임상 후기단계의 슈퍼항생제 후보물질이 적고, 심장 뇌 폐 뼈 피부 등 MRSA 감염이 발생하는 모든 조직에 침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리파신 SAL200'은 세균을 잡아 먹는 생물체'인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체 정보로부터 개발된 엔도리신(Endolysin)을 유효성분으로 한다.

세균의 천적인 박테리오파지에서 나온 엔도리신은 기존 합성항생제의 세포벽 합성 저해 방식과 달리 세포벽을 파괴한다. MRSA 및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 감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SAL200은 현재 국내 임상1상 시험을 완료한 상태며, 임상시험으로 확보된 약물의 효능과 안정성을 토대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건일제약의 슈퍼항생제 답토마이신주는 MSD의 큐비신(성분명 답토마이신)복제약으로 복합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과 황색포도상구균 균혈증 치료에 사용된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체의 이같은 개발노력 움직임에도 불고 신규 항생제의 국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감염에 대한 경각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 항생제 평가가 높지 않은데다 필요시 곧바로 쓸 수 있는 해외에 비해 1·2차 치료제 등 순차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절차적 문제를 비롯해 작은 시장 규모, 낮은 보험약가 등은 국내외 개발사 등이 국내 시장 진입을 꺼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4~2017년까지 총 6개 항생제가 FDA 허가를 획득했지만, 국내 시판 중인 제품은 없는 상태다. 국내사인 동아ST의 시벡스트로 역시 시장성을 이유로 출시를 포기했다. 지난 201512월 시벡스트로 주사제, 20161월 정제의 보험약가를 받았지만 결국 출시를 포기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의 경우 항생제 시장 자체가 활성화된 편이 아닌데 주로 해외 제품이 많은 슈퍼항생제 분야의 경우 국내에서 보험약가가 높게 책정되기 쉽지 않은 편"이라며 만성질환 등 타 치료제와 달리 항생제는 투여 후 4~5년이 흐르면 대부분 내성이 발생해 제품수명이 짧아 국내 도입시 다른 해외시장에서의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어 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문제는 더 이상 제약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항생제 개발에 있어 개인 연구자나 가업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상적 문제점 및 개발비용 부담 완화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유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