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환자 연 9천명·사회적 비용 5천억…대책 시급

[기획/ 인류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의 역설’ 감염병 창궐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 禍 불러
병원균 퇴치 전 세계적 연구 활발

인간의 수명 연장에 가장 기여한 3가지를 꼽는다면 항생제 발견과 백신 개발, 깨끗한 물의 공급을 말한다. 대표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며 수많은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항생제가 오히려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를 탄생시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이 만연하면서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항생제 내성균, 일명 ‘슈퍼박테리아’가 탄생했다.

1961년 英 MRSA 처음 보고

1961년 영국에서 MRSA(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이, 1996년 일본에서는 VRSA(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상구균)이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항생제는 병원균에 의한 감염증을 치료하는 약물로, 감염 증세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그러나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들이 살아남거나 돌연변이를 통해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균주들이 생겨나게 된다.

점점 더 항생제에 내성력이 강해진 병원균들이 생겨나게 되며 이 때문에 치료를 위해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러다 결국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생겨나기도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항생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항생제는 반코마이신(vancomycin)으로, 1950년대 이후 황색 포도상구균의 중증 감염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해 왔다. 그러나 1996년 이 항생제에도 강한 내성을 보이는 VRSA가 발견되었다.

2002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항생제를 제조할 때 널리 사용되는 토양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코엘리컬러(streptomyces coelicolor)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함으로써 항생제에 대한 슈퍼박테리아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하였고, 같은 해 미국에서도 슈퍼박테리아 병원균에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해 조기 사망자 3900여명

슈퍼박테리아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대한 질병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9000여명의 슈퍼박테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3900여명이 조기사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우리나라 전체 사회적 비용은 연간 5500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질병별로는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 균혈증 환자가 1인당 1억4130만원의 추가 의료비용이 발생해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의료비, 간병비, 조기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을 감안하면, 가정에 따라 최소 3313억원~최대 7523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성이 생기지 않은 균에 감염될 때 보다(감수성균 대조군 대비) 2673억의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년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은 질병은 MD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폐렴으로 1360억원의 비용이 추정되며, MRSA(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 균열증은 1128억원, MD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균열증은 1026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연구되었다.

환자 1인당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질병은 CRE(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 균열증으로 1인당 1억4130만원의 추가 의료비용이 발생했고, MRPA(다재내성 녹농균) 폐렴은 5807만원, MD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폐렴은 5621만원, VRE(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 균열증은 527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은 “슈퍼박테리아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연구가 최초로 진행되었다”며 “슈퍼박테리아의 전파를 막기 위해 적절한 설비투자와 교육이 감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중선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