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격 도미노 인상...견제 움직임

정부 규제는 부작용 커…원재료 할당관세 등 필요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식빵, 고추장, 된장 등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햄버거, 커피 프랜차이즈 등 외식 물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빵과 케이크 등의 가격은 평균 5% 오르는가 하면 고추장과 된장 등 일부 제품 가격도 69% 인상됐다. 여기에 아이스크림도 20% 정도 오른다.

식품외식업계는 2년 연속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가 상승한데다 원료비 또한 증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값이 하락했음에도 이를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가공식품의 인상은 지난 해 연말부터 예견됐다. 국내 소비경기 침체가 길어진 데다 원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지난 해 주요 식품기업들의 수익이 하락한 상황이다. 사드 갈등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 시장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전 수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국내 경기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20183분기까지 고전했던 식품업계가 최근 가격인상과 해외매출 회복에 힘입어 반등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햇반, 어묵, 장류 등 7개 품목의 가격을 지난 달 21일부터 일제히 인상했다.

쌀값 상승에 따라 햇반은 평균 9% 인상했다. 올해는 1월에 kg2469원으로 더 오르며 쌀값 고가격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햇반컵반 가격도 쌀값 상승 영향으로 평균 6.8% 인상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즐겨 사먹는 어묵과 맛살은 각각 평균 7.6%, 6.8% 인상했다. 액젓 역시 멸치, 까나리 등 원재료비가 계속 올라 평균 7% 인상했다.

장류는 고추분, 소맥분, 밀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평균 7% 인상했다. 다시다는 멸치, 조개, 한우 등 원재료가 상승으로 평균 9% 올랐.

파리바게뜨는 이달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이 인상되는 품목은 파리바게뜨가 취급하는 총 833개 품목 중 약 8.8%에 해당하는 73개 품목으로, 평균 인상폭은 5.0%. 주요 인상 품목은 정통우유식빵이 2400원에서 2600(8.3%) 단팥빵이 1300원에서 1400(7.7%) 치즈케이크가 24000원에서 25000(4.2%) 등이다.

대상은 내달 1일부터 고추장·된장·맛소금·액젓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9% 인상하기로 했다.

고추장은 2015년 이후 4년 만에 가격이 7.1% 오른다. 원재료인 현미가 20151170원이었는데, 올해는 1370원으로 17% 이상 올랐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건고추 가격도 20156005506원에서 올해 12월에는 평균 8750원으로 60%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대상은 된장류를 평균 6.1%, 감치미도 9% 인상한다.

빙그레의 대표 품목인 바나나맛우유도 최근 공급가 기준으로 7.7% 올랐다. 현재 1300원인 소비자가는 1400원으로 오른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해 8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가격을 4원 인상한 것을 반영해 방문판매 우유를 최대 5.6%까지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31일부터 유통점과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및 디저트 총 20종의 가격을 평균 12.1% 인상했다. 나뚜루의 가격 조정은 유통점의 경우 지난 20146월 이후 5, 전문점은 20134월 이후 6년 만이다.

 

소비자단체 원가절감 효과, 가격에 반영 안 해

이처럼 식품기업들의 가격인상이 잇따르자 소비자단체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소협)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식품·외식업계의 가격인상을 비판했다.

소협은 “CJ제일제당은 2년 연속 햇반을 비롯해 7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는데, 어묵/맛살의 경우 원재료 연육 가격이 지난 2015년 대비 20183분기 14.9%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7.2%의 가격 인상으로 이윤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소협은 지난해 말 왕뚜껑 9.5%, 비빔면 4.7% 가격을 인상한 팔도에 대해서도 최근 5년간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대비 2017년 매출원가율은 9.1%p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부터 3년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가격을 올린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탐앤탐스, 이디야 등 음료업계도 커피 원가 하락분의 효과를 누리면서도 가격을 인상해 도마 위에 올랐다. 두 프랜차이즈 모두 지난 2년간 커피 생두가격 하락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가격은 동결하고 타 제품의 가격을 추가 인상하면서 고정비 상승을 요인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업계의 흐름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에 해당하는 써브웨이, 맥도날드 등은 역시 지난해에 이어 다시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특히 4년 연속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맥도날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이어 가격을 인상했다.

소협 측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무시하고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기업 윤리를 도외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소협 관계자는 기업들이 원가상승, 가맹점 수익성 부진 등을 앞세워 가격 인상에 동조하고 있다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마련해 서민 물가 안정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제대로 된 가격 정보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보호단체 등과 협력해 원가분석 결과와 가격정보를 제공해 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식품업계는 기업의 경영 특성상 원재료 상승과 인건비 부담을 계속해서 안고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감내해 왔지만, 주요 원·부재료와 가공비 등이 지속 상승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소비자 부담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 자릿수 인상률로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또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임차료 등 관리비 상승에 따라 몇 년 만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한편 식품업계는 정부의 가격결정에 대해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이 더 많다는 의견이다.

원재료 할당관세 등으로 기업의 원가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유통구조 개선, 규제완화 등 물가가 지속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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