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장수’에서 ‘건강장수’로…지속적인 관리 중요

[신년기획/ 전문의와 함께 하는 헬시에이징] 김동선 한양대학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고지방·고칼로리 음식 피하고

항산화제·섬유질·비타민 충분히

건강검진과 약물요법도 필수

언제부터인가 ‘유병장수’ 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고 노년 건강관리의 핵심 단어로 매김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에서는 악성질환, 심장 및 뇌혈관 질환, 사고, 자살 등이 주요 사망 원인에 해당되는데, 이런 비극적 파국의 기저에는 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라는 대사 관련 이상 질환이 깔려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역학, 병태생리 등에서 서로 엉켜있어, 거대한 질병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이 질환들은 만성적이고 흔하며, 훗날 대부분 혈관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또한 이런 질환군을 총칭하여 성인병, 생활습관병, 심장대사증후군, 인슐린저항성 증후군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만성질환에 대한 접근에서는 치료의 관점도 중요하겠지만, 관리라는 측면으로 다가 가는게 좀 더 현실적이다. 만성 질환의 적지 않은 예는 질병 관련 선천적 소인과 관련되는데, 이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는 없겠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초래되는 신체 조절 기능의 쇠퇴 또한 어찌할 수 없겠다. 하지만 식생활, 신체활동 등의 여러 생활습관이 그릇되게 유지되어 발생되는 생활습관병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평소 건강에 대한 잘못된 생활습관과 양식을 개선하는 것이 건강 장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생활습관 개선의 대표적 첫번째는 식생활의 변화에 있다. 현대인은 신체 유지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서, 과도한 열량 섭취를 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탄수화물 섭취 양이 늘었고, 특히 정제 잘된 단순 당의 섭취 증가는 위협적이다. 최근 미국당뇨병학회 당뇨병 조절 가이드라인에서 식생활 추천은, 하루 섭취 총 칼로리 제한을 넘어서, 더 나아가 건강한 식사 (healthy eating)를 하도록 권장한다. 이 건강한 식사에는 주로 검은색의 거친 곡식류와 항산화제, 섬유질, 다가불포화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이 많이 함유된 음식들이 포함된다. 반대로 고칼로리, 고콜레스테롤, 고설탕, 고염, 불에 탄 음식 등은 가급적 제한되어야 한다.

생활습관개선의 또 다른 양대 축은 운동이다. 가끔 진료실에서 ‘무슨 운동이 좋은지’ 물어오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경험상 게으르거나 운동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운동 관련 가이드라인이 많이 있지만, 특별한 의학적 제한이 없는 한 유산소운동, 근력 운동 등 형편이 닿는데로 뭐든지 한다는 것이 필자의 대답이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난 후에 혈압, 혈당, 고지혈증 등이 개선되는 긍정적 피드백을 경험하게 되면,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게 하는 좋은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생활습관병을 이야기 할 때에 또 다른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진료실에서 보면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어 보이고, 10분 중 약 7-8분이 스트레스 때문에 혈당이 올라간다고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실제 세상에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한편 생존의 필요 조건일 수 있다. 실 예로, 수족관에서 완벽한 환경 조건을 제공받은 희귀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예를 보면, 스트레스가 생명유지에 절대적 필요 요소라는 점이 확인된다. 물론 살아가면서 스트레스와 적절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목표는 실제 현실과는 괴리가 있고 수사적인 표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에는 주위 이웃이나 동료, 관련 전문가 등과 상담을 하거나 위로를 받는게 도움이 된다. 즉 우리는 사회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 외 흡연, 과도한 음주 같은 여러 해악적인 습관과의 단절이다. 가장 실천이 가능한 항목 들이며, 국가 정책, 사회 풍조, 교육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릇된 생활양식을 너그러이 용인하는 사회적 방임도 물론 개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검진과 약물 복용 등 의료 서비스를 적절히 받아야 한다. 적지 않은 환자 들이 약을 복용하는 그 자체에 대해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몇몇 매체나 사회적 저명인들이 이를 부추기기도 하는데, 이는 심히 무책임하고 비과학적 논리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100세 시대의 장은 의학과 의료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 열린 것이다. 환갑잔치는 이 시대에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장수한다는 것은 단순 수명이 길다는 것 보다 건강 수명이 길어야 함을 뜻한다. 건강 수명은 신체의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도 적절하게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가끔은 자신의 20-30대 때의 건강 지표와 비교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좀 더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이가 들면 누구나 늙고, 병들고, 그리고 임종한다는 진리를 냉정히 되새겨 볼 필요도 있겠다. 밝고 긍정적인 사고는 건강 수명의 필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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