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기공요법 치매예방 효과, 입증된 바 없다"

바른의료연구소 "한방 의료행위에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한의계가 태극권 등 기공요법이 치매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자 의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9일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과는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며 "이를 치매국가책임제에 포함시켜 달라 요구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된 국회토론회 발표자료를 확인한 결과, 한방치매치료의 효과가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기 위해 부적절한 근거자료를 인용하는 등 문제점들을 상당히 많았다"고 꼬집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치매 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개최된 국회토론회에서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되고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한방치매치료를 치매국가책임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첫 번째 주제인 '한의약을 활용한 국내 치매 진료 현황' 발표자 A교수는 치매센터에서 한의약 활용의 대표적 방안 중의 하나로 '치매예방 기공요법'을 제시했다.

A교수는 '건강한 노인, 경도인지장애, 치매 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태극권 운동을 실행한 결과 대조군보다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치매로의 진행률이 낮았다'는 결과가 나온 5편의 국내외 논문(국외 논문 4편, 국내 논문 1편)과 1건의 국내 조사자료를 근거로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구소는 "근거로 제시한 일부 논문에서 태극권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있으나, 태극권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확고한 결론은 없다"며 "논문 5편 모두 국내 한의사가 아닌, 전문 사범에 의해 교습된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논문들은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지, 한방 기공요법에 대한 논문이 아니라는 것.

아울러 국내 조사자료 역시도 '동의보감 안마도인'이라는 기공체조가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이어서 그 효과가 기공체조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분석됐다.

연구소는 "결과적으로 한방의 기공요법의 치매 예방에 대한 효과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한방 기공치료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외국에서처럼 임상시험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효과를 입증하고 그 결과를 공인된 학술지에 게재한 후에야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을,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기공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등 한방 기공요법의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국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고 표준화도 안된 상태에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토론회 이후 최대집 의협 회장이 개인 SNS를 통해 "태극권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면 취권이나 영춘권, 다른 권법들, 화타 오금희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즉각적으로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가 나서 "기공요법을 의도적으로 부각하여 평가절하 했으며, 나아가 이미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된 사실조차 무시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처사다"고 받아쳤다.

이런 반응에 대해서도 의사단체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며 향후 태극권은 한방 의료행위로 고착화 될 수도 있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국내에는 이미 30개 이상의 기공 수련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한방 기공이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한다면, 향후 기공은 한방의 공식적인 한의학적 의료행위가 될 개연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는 경우 뜸 치료의 사례처럼, 한의사가 아닌 기공 수련단체들의 태극권 수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 받을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한방 기공요법이 부각된 것은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기존 기공단체들의 태극권 수련행위조차도 한방 의료행위에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또 "근거도 없는 치료법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마저 포기하는 파렴치한 행위다"며 "향후 본 연구소는 한의협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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