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의사들 "의권 지키기 위한 투쟁 시작"

전국의사 총파업도 기정사실화…특별법 제정 촉구도 "대통령님 저흰 벼랑끝입니다" 호소

"의료제도 바로 세워 국민 건강 지켜내자"
"진료의사 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의정합의 말 뿐인가, 지금 즉각 이행하라"
"의료분쟁 특례법을 하루 속히 개정하라"

11일 대한문 앞에 모인 1만2000여명의 의사들의 목소리다.

의사 3인이 과실치사혐의로 법정구속된 것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11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특히 전국의사 총파업도 가시화 될 전망이어서 언제든지 총파업이 가능하게 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1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 의사회원 1만2000여명(의협 추계)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최대집 회장은 "이제는 굴욕적인 삶을 버리고 당당히 우리 손으로 의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 최대집이 앞장서서 적당한 진료를 강요하는 의료구조를 개혁해 낼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의사면서 박탈법안과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전국의사 총파업에 대한 회의 결과도 밝혔다.

그는 "오늘 오전 의료계를 대표하는 직역 단체와 긴급 연석회의를 통해 전국의사 총파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추후 총파업의 실행 방법과 시기의 결정은 모두 의협 집행부에 전권 이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절대 굴하지 말고 전진해 나가자"며 "우리도 힘을 합치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대표자들도 대한민국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잘못된 판단을 교정, 제대로된 진료환경 구축에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 격려사

"의사들이 동네 북이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회원 동지 여러분께 묻겠다. 우리 의사들이 왜 동네북처럼 맞기만 하고 추우나 더우나 가리지 않고 거리로 뛰쳐 나와 울분을 터뜨려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장은 "오늘 이 자리는 억울하게 구속돼 차디찬 감옥에 수감된 동료의사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앞으로 환자 진료하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교도소 담장을 넘어 바로 잡혀 들어갈 선후배 동료의사들을 비극을 미연하 방지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귀한 증례는 어느 의사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힘든 법"이라며 "예상치 못한 좋지 않은 결과만 나온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이에 대한 해결책을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의사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득이 진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면 결국 국민들이 힘들어지고 의료는 퇴보하고 만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국민들이 앞장서 도와줘야 한다"며 "모두 단합해 최선의 겨로가가 나올때까지 함께 투쟁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 역시 "과연 어느 누가 주어진 의료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진료에 임한 의료인에게 고의가 아닌 과실 때문에 구속이라는 돌을 던질 수 있는가"라며 "이제는 모든 전 직역 의사가 하나 돼 자율적인 진료환경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진단을 잘못했다고 구속한다면 의사는 진료를 포기해야 한다. 어떤 의사가 100% 진단할 수 있느냐"라며 "진단을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구속한 판결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의사를 더 이상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하려고 하지 말아달라. 환자를 위해 필요한 필수 인력인 수술할 의사, 분만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고,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당장 여러분의 가족이 위험해진다"고 토로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 격려사

이번 사건과 가장 관련이 있는 전문 과목 학회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도 "우리는 한 번이라도 진료한 환자가 며칠이 지나든지 사망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민사 소송서 손해배상 해주고, 형사 소송에서 금고형 받아 법정구속되고,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행정처분으로 면허정지나 면허취소시키고, 인터넷에서는 악성 댓글로 인격살인 당하는, 이중삼중사중으로 처벌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해도 해도 너무 하고, 이 나라에서 의사는 무슨 죄를 지었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밤새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이 매우 드문 질환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의사는 누가 있겠느냐"며 "게다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법정 구속하고 합의를 통해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3일이 지나서야 보석 결정이 내려져 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의사는 국민도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 섭외이사는 "우리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상급심을 통해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고의성이 없는 진료 과정의 결과에 형사적인 책임을 물어 의료인을 죄인으로 구속시키는 것은 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당시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1년차로 근무를 시작한지 3개월도 안되는 상태로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시스템 개편과 의료분쟁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향후 이번 판결의 결과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안 룰렛' 퍼포먼스
의료계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퍼포먼스
의료계 대표자들 철창 퍼포먼스

"대통령님 저흰 벼랑끝입니다" 다양한 퍼포먼스 선보여

한편 이날 의협은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현 의료환경의 부당함을 알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의협은 머리에 총을 겨눠 방아쇠를 당겨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 퍼포먼스를 통해 판사에 의해 의사들이 승자없이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또 의협 최대집 회장이 직접 의료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의료계의 시계가 현재 위기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리고, 해당 시계를 돌려 위기 상황에 처한 의료계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알렸다.

마지막은 청와대 앞에서 최대집 회장을 비롯, 각계 대표자들이 직접 철창에 갇힌 퍼포먼스를 보였다.

철창에 갇힌 의사들은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세워야 한다"며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시 의사의 상징인 흰 가운을 벗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우리들은 지금까지 의사로서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지만 이제, 벼랑 끝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며 "의사는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선의를 기반으로 의료행위를 하지만 의료현장은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으로 이것이 의료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디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을 마련해달라.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의 진료환경을 구축해 주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개선해 주실 것을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