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뇌혈관 MRI 급여화 협의, 의료시스템 붕괴"

병원의사협의회 "의료 시장은 급격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의협 역할 중요"

지난 9월 13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뇌, 뇌혈관, 특수검사 MRI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일부터 뇌, 뇌혈관 MRI 촬영 시 건강보험 적용의 대상과 그 기간 및 횟수를 확대해 MRI 촬영이 필요한 환자들 대부분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현재의 4분의 1수준의 의료비만 부담하면 되도록 하여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협의가 의료시스템 붕괴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합의가 문재인 케어의 정착을 돕고 관행적인 저수가 후려치기의 전형적인 결과라는 것.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뇌, 뇌혈관 MRI 협상은 앞으로 있을 비급여 항목 협상의 기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뇌, 뇌혈관 MRI의 수가 결정은 관행 수가 후려치기의 전형적인 결과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번 뇌, 뇌혈관 MRI를 급여화 하면서 보험 가격을 종별로 큰 차이 없이 29만원 선으로 맞췄다. 이는 기존 급여화 이전 관행 수가와 비교하면 상급 종병 45%, 종병 60%, 병원 65%, 의원 77%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특히나 대부분의 MRI가 상급 종병과 종병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제 전체 MRI 수가는 관행 수가와 비교해 60%가 안 되는 수준일 것"이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가혹한 수가 후려치기를 당하고도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본인부담률 80% 항목을 수용한 것은 실질적으로 예비급여를 수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급여가 아닌 급여 항목이지만 본인부담률을 80%로 한다는 것은 예비급여라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예비급여를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고 의료계에서 문재인 케어의 문제로 지적했던 여러 가지 항목들 중에는 예비급여의 문제도 있었다"며 "본인 부담률 80~90%를 예비급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급여의 범주 안에 두게 되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은 건강 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서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심사를 통한 삭감이나 환수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의료계가 반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 MRI를 처방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비급여 MRI의 존치는 무의미하다고 언급했다.

협의회는 "의학적 필요성이 없음에도 시행하는 MRI는 검진 목적의 촬영 말고는 없다는 말이 된다"며 "그런데 검진 목적의 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환자 중에서 실손 보험에 가입돼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없기에 비급여 MRI 촬영을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환자들이 MRI 촬영 비용을 실손 보험에서 보전 받고 있었기 때문에 MRI 촬영이 고비용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환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MRI 급여화를 통한 심사 범위 확대와 경향 심사, 강화된 MRI 품질관리기준 등은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의회는 "이번 MRI 급여화부터 심평원은 경향 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라며 "경향 심사는 환자 개개별 심사를 하지 않고, 환자의 질환별이나 의료기관 별로 몇 가지 지표를 설정하고 그 지표를 모니터링 하면서 경향을 분석하여 심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가 경향 심사를 우려하는 이유는 경향 심사가 주로 의료비를 컨트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협의회는 "설정한 지표들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의료기관들과 비교하여 많은 차이를 보이면 경향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삭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되어 실사를 통한 환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러한 심사 방향은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진료의 획일화와 과소 진료를 조장할 수도 있고, 진료의 자율성을 의료기관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21년까지 마지막 관문인 척추 및 관절 분야 MRI의 건강보험 적용까지 완성하고 나면 문 케어 정착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MRI 비용의 90%를 차지하는 척추 및 관절 MRI의 급여화가 진행되고 나면 의료 시장은 급격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영세한 중소 병원들의 폐업이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의사를 비롯한 많은 보건 의료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어 큰 사회 문제로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의회는 "선택진료비 폐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상급 병실 급여화, 뇌 MRI 급여화 등 중요한 사안 중에서 어느 하나 막아내거나 의료계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급속도로 무기력함이 퍼져가고, 패배 의식이 만연해져 버렸다. 이러한 무력감은 앞으로 다가 올 한방 관련 문제나 원격 의료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회원들에게 패배감을 던져버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강하게 투쟁 동력을 모으는 리더쉽을 보여줘야 한다"며 "집행부와 대의원회를 포함한 의협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비전과 리더쉽 있는 의협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럴만한 권한을 회원들로부터 위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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