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검사주기 2년→4년 연장, 혼선 불러와"

검진의학회, 지질검사 4년 주기의 부당성 다뤄

국가건강검진에서 일차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6일 대한검진의학회(회장 김원중) 추계학술대회에서 2018년 달라진 건강검진의 문제점이 집중 제기됐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의 지질검사 주기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돼 큰 혼선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질검사 4년 주기 결정은 2013년 ‘현행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제시’에 대한 연구용역이 시발점이 됐다. 이 연구에서 2003년 이후 국가건강검진 수검 결과에서 혈중 총콜레스테롤 농도의 실제 변동(signal)이 잡음(noise)보다 커지는데 필요한 기간을 분석했으며, 4년 간격으로 지질검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의 후속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검진의 비용-효과 분석’을 맡은 타 연구팀은 4년 간격의 검진 지질검사가 더 우월한 대안이고 국가적 차원의 비용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해 2015년 1월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검진의 비용-효과 분석 토론회’에서는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레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에 대한 판정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점"과 "이상지질혈증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성에 대한 비용-효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정책연구용역사업의 최종평가 평가의견서에서도 심사위원은 "대사증후군을 포함한 분석을 해야 효과적인 비용-효과 분석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고위험군을 고려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진의학회는 "하지만 10개월 뒤인 2015년 12월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3년 또는 5년 간격보다 1년 간격으로 지질검사를 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인 것"이라며 "이 연구는 총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LDL, HDL 콜레스테롤과 각 콜레스테롤의 비(ratio)도 반영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서 심뇌혈관질환의 1차 예방과 2차 예방 효과, 스타틴을 복용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며 "특히 지질검사 주기만으로 경제성을 평가하지 않고 지질검사 주기를 연장해 질병을 찾지 못해 발생할 심뇌혈관 합병증에 들어갈 치료비용까지 합산해 실제로 국민의 건강에 미칠 이득과 위해를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비용-효과 분석을 매우 엄격히 적용하는 영국 NHS에서는 오히려 지질검사 주기를 1년 간격으로 짧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표한 것.

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대한임상순환기학회(회장 김한수)를 중심으로 지질검사 주기 4년 연장의 부당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 주최 토론회와 연구용역 최종평가 평가의견서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4년 주기로 결정된 것이다.

학회는 "영국 NHS에서 보다 다양한 지질검사 항목을 반영해 상반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문헌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데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에서 대사증후군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 실천을 위한 ‘대사증후군 관리 사업’을 열심히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사증후군의 주요항목인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의 검사 주기도 4년으로 연장되어 국가건강검진의 지질검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사증후군 사업의 방향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따.

이로 인해 보험공단에는 지질검사 주기 연장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또 "최근 보건복지부는 ‘제1차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사망원인의 24.3%를 차지하는 심뇌혈관질환의 관리를 위한 안전망 확충을 약속했다"며 "5년 후 심뇌혈관질환의 고위험군 관리를 위해 고혈압, 당뇨병의 조절률을 2022년까지 각각 50.0%, 35.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에서 허혈성 심질환과 뇌혈관질환의 기여위험도로 흡연, 고혈압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이상지질혈증은 빠져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난 2015년 2월 발의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에 이상지질혈증이 포함되었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예산 등의 문제로 이상지질혈증이 제외된 후 답보 상태라는 것.

학회는 "국가건강검진 1차 수검률이 70%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지질검사 주기가 4년으로 연장되면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각한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한 후에나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다"며 "국가건강검진에서 지질검사 주기가 4년으로 연장되어도 환자의 동반질환이나 요청 등으로 진료실에서 추가로 지질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의료재정 측면에서 4년 주기 연장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학회는 의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이 일부 연구자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실제로 특정 연구자가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 타당성 및 제도 개선부터 일차진료 만성질환관리사업, 국가건강정보포털 등 여러 굵직한 사업을 독식하면서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

학회는 "대학병원 검진센터의 일반건강검진을 대부분 교수가 아닌 검진센터에 고용된 의사가 진행하는 현실에서 대학병원 교수의 연구용역이 일차진료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라며 "따라서 일반건강검진에 적극 참여하는 개원의 중심 전문학회(대한검진의학회, 대한임상순환기학회 등)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질검사 주기 변경의 타당성 검토도 대학병원 중심 학회(대한가정의학회, 대한내과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의 전문기술분과를 통해 검토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정영기 과장(건강정책국 건강증진과)은 "의학적 근거가 제시되면 검토를 통해 국가건강검진 항목과 검사 주기를 바꿀 수 있다"며 지질검사 주기가 다시 개선될 여지를 남겨뒀다.

비만기준이 국가건강검진(체질량지수 30 kg/m2 이상)과 대한비만학회(체질량지수 25 kg/m2 이상)가 차이가 있어 혼선이 있지만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일부 종합병원에서 수검자에게 전화와 우편을 통해 검진을 유도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개인정보보호와 환자 유인 행위 측면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당뇨병 확진법과 상이한 비만 진단기준, 보험급여화에 따른 심초음파의 실기 및 실제적용, 검진 사후 관리를 위한 최신지견(당뇨병, 성인예방접종, 위식도역류질환)도 다뤘다.

초음파 연수교육(상복부초음파, 갑상선초음파, 유방촬영술)도 이어졌으며, 특히 초음파 실기 능력 배양을 위해 심초음파 및 복부초음파 핸즈온 과정이 진행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내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검진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는 500여 회원이 참석해 양질의 검진을 위한 뜨거운 열기를 보였으며, 지난 해에 이어 ‘제2차 일반건강검진 인정의 시험’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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