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가 동반성장 "함께 나누며 지역 살리자"

[창간 52주년 기획4 / 식품업계 상생경영 확산]

특산물 활용한 제품 속속 출시영농 효율화 사업 적극 지원도


오늘날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가격, 디자인 등 전통적 구매 고려 요소와 더불어 기업이 실행하는 공정거래, 공익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에도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늘고 있다.

블로그, 카페, 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정보와 사회적 이슈들이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공동체적 시민의식이 예전보다 한층 강화됐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소비자들의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기업들의 사회적 활동이 소비자들의 소비로까지 연결돼 기업의 존재 목적인 이윤창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기업들 역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편집자 주>

 

▲식품기업고 농가가 손잡고 상생협력을 통해 상호 경영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친환경 농산물 매장.

식음료 업계는 최근 제품의 원료를 공급하는 1차 농업과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먹거리의 원천인 지역 농가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데다 기업의 책임 의식과 상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상생협력이 중요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에서는 지역 농가와 협약을 맺고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거나 영농 효율화를 지원하는 등 기업과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12월 검정보리 주 재배지인 전라남도 해남군, 전남농업기술원과 손잡고 국내 최초 검정보리 차음료 블랙보리를 선보였다. 기존 보리차 음료와의 차별화를 위해 맛과 품질이 우수한 검정보리를 주 원료로 사용한 것이다. ‘블랙보리는 볶은 검정보리를 단일 추출하는 공법으로 원료 특유의 구수하고 진한 맛을 구현했다. 검정보리는 지난 2011년부터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산업화 추진 중인 보리 신품종으로, 일반 보리에 비해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을 4배 정도 함유하고 식이섬유가 1.5배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 3월 전라북도 고창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함께 두 번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의 골자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검정보리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고창산 보리원료를 수매하는 등 농가 소득 증대와 보리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하이트진로음료는 블랙보리 라인업 확장을 위한 추가 제품 개발에 더욱 힘을 싣게 됐다.

롯데푸드의 의성마늘햄도 식품업체와 지자체 간 협력으로 만들어낸 지역 상생 제품 중 하나다. 처음에는 의성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마늘햄이었지만 2006년 의성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의성마늘햄을 출시했다. 기존 마늘햄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 우수한 품질의 의성 마늘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롯데푸드는 매년 100여톤의 마늘을 의성 농가에서 수매하고 있으며 의성 마늘은 의성마늘햄으로 브랜드화되면서 특산물로 자리잡았다. 2015년엔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농업과 기업의 상생 협력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CSV(공유가치창출)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SPC그룹은 최근 경남 하동군과 녹차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SPC그룹은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될 만큼 품질을 인정 받는 하동 녹차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지역 농가는 안정된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PC그룹은 앞으로 파리바게뜨 등 계열 브랜드 매장을 통해 하동 녹차 관련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또 하동군과 함께 녹차의 품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고 녹차파우더와 완제 음료 등 응용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SPC그룹은 파리바게뜨의 1인용 빙수 제품 하동말차컵빙’, 잠바주스 마차 스무디등 하동 녹차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농가가 손잡고 스마트팜을 구축해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진화된 형태의 상생협력 사례도 등장했다.

오리온은 최근 이동통신사 SK텔레콤, 국내 지능형 관수·관비 솔루션 개발업체인 스마프와 노지 스마트팜 분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오픈 콜라보 협약식을 가졌다. ‘포카칩’, ‘스윙칩등 생감자칩의 원료 감자 생산농가에 노지형 스마트팜을 구축해 생산비 절감 등 영농 효율화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노지형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등으로 덮지 않고 야외에 노출된 밭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시설을 설치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 관리하는 농장을 의미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 차원의 사회공헌활동만으론 사회문제 해결이나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차원 높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면 우선 기업의 비전이나 핵심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많은 식품기업들이 농업에 관심을 돌려 상생 협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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