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탈 중국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K뷰티는 중국,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 배치로 인한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로 중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국내 뷰티업체들은 이제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동남아를 벗어나 또 다른 글로벌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뷰티업체들은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 중동까지 그 영역을 넓히며 2세대 K뷰티를 견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주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 아닉구딸, 이니스프리가 미국시장에 속속 진출했으며, 지난 3월에는 마몽드도 미국 내 화장품 유통업체인 ‘얼타’ 200개 매장에 입점했다.
설화수는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단독 매장을 열었으며 라네즈는 호주 세포라에 론칭, 호주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중동 진출도 이미 시동을 걸었다.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하우스가 지난달 17일 두바이 최대 상권인 두바이몰 내에 1호점을 오픈했다. 아시아 메이크업 브랜드로서는 처음이다.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국내 20대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뛰드 하우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14개국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에뛰드하우스의 두바이 진출에 이어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넘어 북미·유럽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내 200여개 세포라 매장에 입점돼 있는 빌리프는 올 3월부터 프랑스 세포라에도 입점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포문을 열었다.
미국과 함께 중동시장은 LG생활건강의 주력 시장이다. 더페이스샵은 이미 지난 2006년부터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6개국에 속속 진출했다. 중동 매장은 60여개에 이르며 그중 아랍에미리트에는 현재 20여개 매장이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중견 브랜드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잇츠한불의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잇츠스킨은 지난 2016년 미국 세포라에 첫 입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CVS를 통해 전용제품을 출시하며 현지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잇츠스킨은 또 지난달 일본 유명 편집숍 ‘니코앤드’에도 입점해 일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잇츠스킨은 향후 니코앤드의 K-뷰티 존 10개 매장에 추가 입점할 계획이다. 니코앤드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아다스트리아 그룹은 매출 2조 규모 회사로 60년 전통의 패션 전문 기업인 일본 포인트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17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합작사다.
잇츠한불은 자체 인하우스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패키징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현지 사정에 맞게 차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뷰티 간판 브랜드로 성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토니모리는 2016년 5월 세포라를 통해 유럽에 첫발을 내디딘 후 유니크한 용기 디자인, 가성비 높은 제품력으로 현지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세포라 외에도 부츠, 두글라스, 이씨이페리스 등에 속속 입점해 현재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16개국, 1400여개 대형 체인스토어 매장에서 토니모리를 만나볼 수 있다.
2009년 일본에 첫 진출한 스킨푸드도 현재 일본내 2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본 최대 뷰티&헬스 사이트 아또코스메에서 ‘블랙슈가 마스크 워시오프’가 각질제거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킨케어 브랜드 아리얼은 프랑스 쁘렝땅 백화점 단독 매대를 비롯, 미국 CVS 파머시 5000개 매장에 입점했으며, 일본 3대 버라이어티 숍과 최대 규모 드럭스토어에 입점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리얼은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영국 옥스포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셀프리즈 백화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메이크업 브랜드 터치인솔도 미국 세포라에 입점해 현재 전세계 14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메탈리스트’는 미국 세포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되고 미국 출시 3일 만에 리오더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국내 뷰티 업체들의 탈 중국화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거대 글로벌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는 시장에서 장밋빛 미래만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K-뷰티가 가야 할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고 우수한 품질과 마케팅력이 뒷받침돼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의 길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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