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국내 산업계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화장품 업체들의 ‘탈 중국’ 움직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시장다각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남미 화장품 시장은 진입장벽은 높지만 많은 기회를 내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진출과 관련된 기본정보 조차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적어도 인증부터 바이어 발굴까지 정부와 유관기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찍이 중남미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들로부터 시장 현황과 소비자 정보를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으며 한류가 중남미에 퍼져 나가고 있는 것도 지금 상황을 더욱 긍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한국 화장품은 중남미 소비자에게 생소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직구사이트가 늘어나고 있으며 SNS에서 한국 화장품과 관련된 콘텐츠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원장 김덕중)은 최근 ‘글로벌 코스메틱스 포커스-남미 특별편’을 발간하고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화장품 시장 동향과 한국 화장품업계 진출 방안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보고서는 먼저 남미 화장품 시장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시장에 대해 분석했다. 2016년 브라질화장품산업협회(ABIHPEC)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화장품 시장은 중남미 최대 규모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특히 최근 브라질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도 화장품 시장은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고 화장품 구매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방식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에 대해 브라질 뷰티 전문가는 “SNS 뿐만 아니라 여성 잡지 등에서도 ‘BBB(Bom, Bonito e Barato)’와 같은 합리적인 소비와 관련한 해시태그를 자주 볼 수 있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BB란 최근 뷰티 블로거나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조어로, 포르투갈어로 Bom(Good), Bonito(Beautiful), Barato(Cheap)의 단어를 조합해 줄인 말이다. 이는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은 좋으면서 패키지가 아름답고 가격까지 저렴한 것을 의미하며 최근 브라질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브라질 여성들의 니즈에 따라 한국의 쿠션팩트와 마스크팩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션 팩트는 최근 브라질 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90년대의 귀환’이라는 트렌드를 중심으로 시작된 내추럴 메이크업 열풍을 타고 더욱 인기다.
현지 전문가는 성공적인 브라질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에 띄는 디자인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화려한 색깔과 디자인을 선호하는 브라질 소비자들의 특성상, 제품 패키지에 대한 투자는 현지 시장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것.
여기에 더해 “합리적인 소비를 주요 키워드로 설정하고 가격대비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진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멕시코도 K-pop의 인기에 힘입어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는 한겨울에도 20℃를 웃도는 기후 특성상 대부분의 여성들이 지성피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 여성들은 효과적으로 유분을 조절할 수 있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스킨케어보다 메이크업 제품이 잘 팔리며 특히 휴대하기 편한 콤팩트 파우더의 인기가 높다.
또 최근에는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화장품의 소비도 늘고 있다. 멕시코 현지 뷰티 전문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선호했던 안티폴루션 기능이 최근 대중적인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소비동향도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16~30세의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브랜드 특유의 제품 패키지와 편리성을 고려한 제품이 멕시코 소비자들의 니즈와 잘 부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콜롬비아는 2016년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12.9% 증가한 29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남미 국가 중 4위를 차지했다. 1인당 화장품 지출액은 브라질(88.4달러), 칠레(81.2달러)에 이어 3위(79.8달러)를 기록해 화장품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 중이다.
콜롬비아의 인구는 4800만명으로 국가 총면적 대비 적은 편으로 내수시장이 발달하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류층 여성 대부분이 화려한 주말 파티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1인당 화장품 소비액이 비교적 높다. 또 최근에는 유투브와 뷰티 블로그를 통해 관련 정보를 취득하려는 젊은 층이 증가하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콜롬비아 여성들은 SNS 뷰티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미국 등 수입화장품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다. 도시 별 인프라 격차가 큰 콜롬비아는 SNS 플랫폼과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연계한 마케팅이나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성공적인 진출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은 시장다각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기업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 볼만한 시장”이라며 “하지만 무턱대고 진출하기 보다는 시장 트렌드와 상황을 파악하고 진출 시기를 잘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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