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정책 선포식', 간호사 위한 잔치가 맞을까?

[기자수첩]

최근 한림대성심병원 재단 체육대회에 간호사들을 동원해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을 추게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병원 내 간호사에 대한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신규 채용된 간호사들의 첫 달 월급을 10년 가까이 30만원대만 지급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동안 간호사 월급문제, 임신순번제 등 간호사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이 때문에 이번 한림대성심병원의 사건에 대해 '곪은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난 14일 대한간호협회가 주최하는 '2017 간호정책 선포식'이 열렸다.

간호사들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간호계 최대 행사이다. 이 행사는 매년 몇천명의 간호사들이 참석해 현안과 관련된 아젠다를 제시하고 공연 등 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2009년부터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한 기자로서 올해 행사 역시 아쉬움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열리는 정책선포식의 내용이 이전과 차별성이 없었다. 매년 똑같은 아젠다를 들고 나와 간호사들이 마저못해 함성을 지르고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특히나 한림대성심병원의 간호사 사건이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날 간협은 어떻게든 이 행사를 잘 마무리해야 겠다는 분주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번 행사를 통해 간호사 처우 개선 등 많은 현안들을 국회의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점도 알겠지만, 주요 행사는 거기서 끝난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한 자리에 수천명의 간호사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날 만큼이라도 간호사들의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날 모인 많은 간호사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현장에서 그들이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 말이다.

그날 모인 기자들 뿐 아니라 간호사들 역시 현장을 지루해 했다. 매년 많은 국회의원들이 나와 똑같은 인사말을 전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10여명이 넘는 여야 국회의원들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변하지 않는 말잔치에 간호사들도 지친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치인들이 행사에 참여해 주는 것은 좋지만 매년 실행엔 옮기지는 못하고 있어 표심을 얻기 위한 인사치례 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내년에도 ‘간호정책 선포식’은 계획돼 있다. 이 행사가 간협 집행부와 국회의원들을 위한 보여주는 잔치가 아닌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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