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황금들녘에서 만난 암초

[기자수첩]

가을전령사 코스모스가 활짝 핀 들판에서 사람들이 사진 한 컷을 찍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바야흐로 천고마비란 말이 딱 어울리는 계절이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마련한 현장평가회에서 모처럼 탁 트인 논과 밭을 만날 수 있었다. 강화군 교동면의 드넓은 들판은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하지만 들판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는 양질의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강화군 교동면에서 이뤄지고 있고 충남 당진의 낙농협회에서도 자발적으로 벼를 심어 재배하고 있다.

이날 현장평가회에 참석한 농부들은 재배에 어려운 점이 없냐는 공무원들의 질문에 전혀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료의 품질이나 재배조건 등이 아니었다. 농부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바로 교동 들판 위를 유유자적 날고 있는 기러기떼.

맘 같아선 정말 요절을 내고 싶다는 한 농부의 말처럼 황금벌판을 휘젓고 다니는 야생조류 때문에 농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수아비 세우기는 완전히 옛날 방법이 된 지 오래고 새 울음소리를 녹음기로 틀어주는 방법 등 몇 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야생조류들이 이것들에도 적응하는 것일까. 이젠 새 울음소리나 소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돈을 주고 사람을 써서 그때 그때 새를 쫒는 것 말고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만약 농부들이 덫을 놓아 기러기를 잡거나 죽이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환경부의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때문이다.

국내 조사료 자급률은 80% 정도. 하지만 조사료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은데다 수입사료는 갈수록 값이 치솟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가 조사료를 연구, 개발하는 것도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양질 조사료의 안정적 공급은 축산농가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만일 정부의 지원정책만 뒷받침되면 경종농가에게도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쌀 생산조정의 성공적 이행과 농가의 경영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들판을 찾아오는 야생조수들, 기러기와 참새떼를 쫒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급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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