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보다 묘책이 필요할 때

[데스크 칼럼]

도무지 바람잘 날 없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협회차원에서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해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린다. 적발 지역을 놓고 볼때 어느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에 걸쳐 자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불법 리베이트 규모와 건수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검·경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적발건수가 많아 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최근 몇몇 제약사들은 선택의 고민에 빠졌다. 제약사들이 윤리경영을 강화하면서 도입해야 할 내부준법 시스템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등급평가를 도입해 왔는데 이들 중 상당수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안으로 국제표준 반부패경영시스템인 ISO 37001가 부상하고 있다. ISO 37001은 지난 4월에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기업이 반부패 경영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ISO(국제표준화기구)의 요구사항 규격이다. 영국의 뇌물방지법을 근간으로 하며 뇌물방지, 윤리경영, 법규준수 등 세부행동준칙을 담고 있다. 인증절차가 까다롭지만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맺을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단다.

전주 리베이트 사건과 연루된 제약사들이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앞서 소명절차를 밝고 있다. 전주 모 병원 이사장 등 46명이 제약사 등으로부터 10억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제약사들은 “직원이 리베이트 조사를 받아도 회사가 CP를 운영하고 성실히 이행했다면 면책 가능한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을 담아 식약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전 한 제약사가 리베이트 영업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의사 처방 '0'(Zero). 결국 이 제약사는 금지 규정을 철회하고 본래의 영업방식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결론적으로 현 시스템 아래에서는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없다. 제약사 경영진들 또한 어느 누구보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약사가 CP와 ISO37001 인증을 놓고 고민한 것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된다. 혹시 불법 리베이트에 따른 회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이들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CP를 운영한다고 해서 회사 면책조항이 신설된다면 불법 리베이트 행위가 더욱 확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해서 옛 관행대로 영업할 수도 없는 일이다. 꼼수보다는 투명한 영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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