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고 만성신부전 발생 "한약재 검증 시스템 필수"

전의총 "소수의 한약재 선별해 과학적 검증해야…제도 개선 않는 정부 역시 직무유기 행위"

최근 인터넷에는 한약을 먹고 만성신부전증에 걸린 27세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됐다. 만성신부전으로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 여성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직접 인터넷에 올렸고 국민일보는 이를 기사화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약재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국의사총연합은 "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때, 한약재 유통 과정의 문제점, 또 한약재들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적으로 부재한 점이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의료계는 꾸준히 한방의료에서 한약의 안전성과 효능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제한된 한약재만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인런 의견을 외면한 채,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방치하며 부실한 제도를 계속 유지해 왔다고 전의총은 지적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27세 여성 환자는 생리 불순을 증상으로 한의원을 방문했다가 약 2달 간 불상의 한약을 복용하다, 여러번 얼굴이 붓는 등 증상을 한의사에게 호소했으나 계속 한약을 복용하라는 말을 듣고 한약을 복용하다가 결국 신장의 기능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저하된, 만성 신부전증(Chronic Renal Failure)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 상태는 신장 이식을 위한 공여자를 기다리면서 매주 수회 투석 치료를 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태이다.

전의총이 검토한 바에 의하면, 이 환자의 만성신부전을 일으킨 원인 물질을 관목통(關木通, Aristolochiae Manshuriensis Caulis)으로 추정했다.

한약들에 한약재 통초(通草)가 종종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통초가 중국에서 생산되어 쉽게 구하기 어려운 한약재로 알려져 있다.

전의총은 "한약재 유통업자들이 통초와 형태가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 관목통을 통초라고 속여 한의원에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그렇게 관목통을 통초라고 제공받은 한의사는 통초를 한약 제조에 사용하였는데 실제로는 관목통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목통은 아리스톨로키 산(Aristolochic Acid, 이하 AA)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AA는 신독성(nephrotoxicity)과 요로상피세포에 대한 발암성(carcinogen)을 지니고 있다.

전의총은 "아마도 상기 환자는 통초로 오인된 관목통이 들어간 한약을 두 달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신장 조직이 파괴되어 신장기능의 저하를 일으켰을 것"이라며 "그리고 이제 환자는 신장이식이 아니면 평생 투석을 받으면서 지내야 할 상황에 빠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AA란 물질에 의해 발생한 신장병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된 케이스가 꽤 된다. 특히 약초를 많이 사용하는 아시아 지역과 밀가루에 AA가 오염될 수 있는 환경이 있는 발칸반도에서 주로 발병 건수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아리스톨로키 산에 의해 발생한 신장병을 AAN(Aristolochic Acid Nephropathy)라고 한다.

전의총은 "문제는 우리나라 한의원에서 제조되는 한약에 통초로 둔갑한 관목통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 관목통은 예전에도 유사한 신독성을 일으켜 문제가 됐던 물질이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한약을 먹어도 된다고 보건당국은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한약재 유통과정에서 가짜 한약재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한약재를 공표하기 전까지, 국민들은 한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소수의 한약재로만 제조된 한약을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총은 "우선 긴급하게 통초를 구하기 어려워 관목통으로 한약재 유통과정에서 거짓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초 자체의 사용을 금지시켜서 추가적인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관목통을 통초라고 속여서 유통시킨 한약재 유통업자는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한약재 유통 과정 전반에 정말 정확한 한약재가 유통되고 있는지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짜 한약재를 유통시키는 유통업자들에 대한 엄벌만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하고 유효한 한약재가 바꿔치기 없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또 "고대 문헌적 근거만 있으면 해당 한약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매우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인 한약 사용 기준을 이제는 버리고, 한약재 중 오랜 문헌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지닌 소수의 한약재를 선별해서 과학적 검증으로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간 이와 유사한 사례를 수없이 접해왔고 그 때마다 국민의 건강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계속 제안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환자들에 치명적인 피해나 사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중대한 직무유기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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