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밥' 영양 불균형 초래 …'건강한 식사'에 초점

[창간 51주년 기획4-간편식 전성시대와 국민영양] 1인 가구 시대, 집밥을 편안하게

‘나홀로 식사.’ 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에 ‘혼밥’의 모습은 이제 흔한 모습이 됐다. 1인 가구의 절반이 넘는 52%가 하루 세 끼를 혼자 식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혼자라서 더 편하고,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 간편식이란 이 개념은 이제 ‘대충 한끼 때운다’ 에서 ‘집밥을 간편하게 먹는다’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HMR(Home Meal Replacement) 즉 가정간편식은 ‘건강한 식품’일까?

바쁜 일상에서 간편하게 먹는 건 좋지만 간편식 식품들이 건강한 식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HMR 식품들은 일반식품보다 보관 기간이 길어야 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방부제 첨가가 대부분이다. 먹음직스러운 색깔과 향을 위해 여러 가지 발색제와 화학조미료, 나트륨 등이 들어간다.

또 즉석식품의 가격은 대량생산되기 때문에 같은 양을 직접 조리해서 만들어 먹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생산단가가 낮은 만큼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식품기업들도 간편식의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개선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간편식 전성시대를 맞아 시장 현황과 전망은 어떤지, 국민영양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식품기업 앞다퉈 시장 진출…생산시설 등 확대

국민영양 고려한 품질·신선도 향상 등 과제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편리성 추구 성향이 높아지면서 냉동밥, 냉동면 등 간편식류 냉동조리식품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맞벌이 세대와 1인 가구수가 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간편 조리를 최대 장점으로 한 레토르트식품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HMR 시장의 트렌드는 그동안 건조식품에서 레토르트로, 다시 즉석조리형(국, 찌개, 볶음밥 등)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식품업계에서는 지난해 2조원 이상의 시장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감안했을 때 올해에는 3조원 규모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뚜기, CJ제일제당, 동원F&B, 신세계푸드 등이 간편식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대표 기업들이다.

▲가정간편식 부류별 시장규모

HMR은 새로운 외식 소비자 층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기존 외식점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식업계의 장기불황으로 수요가 줄자 오프라인 점포 위주의 전략을 버리고 내식(內食)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실제로 HMR을 접목한 로드숍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컵밥 프렌차이즈가 생겨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에 빠른 속도로 성장을 보이다가 최근 주춤한 한식 뷔페들은 도시락으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이제 HMR 시장은 기존 내식과 외식 형태에서 벗어나 HMR형 외식매장과도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HMR 시장의 성장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유럽 식품의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 식품산업에서 HMR의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영양 고려한 제품 개발 뒤따라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구성원들은 평소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약 90%에 이르며 그 중 35.8%는 제대로 균형을 갖춘 영양식단이 아닌 주로 끼니를 때우는 관념의 대략적인 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9.2%는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는다고 답했으며 주로 라면, 빵, 김밥(삼각), 샌드위치 등 단품 위주의 간편 식품과 함께 배달 음식을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관련업계에서는 1인 가구의 식품소비행태가 전체 식품소비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1인 가구 증가추세를 감안해 식품소비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에 대한 안정적인 식품공급’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식생활이 불건전한 1인 가구 전반을 대상으로 지역단위에서의 식생활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영양섭취가 부족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식품지원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가정간편식 제품에 대한 품질 개선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 간편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영양과 신선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농경연 관계자는 “국내 HMR 제조 업체의 포장·가공 기술은 진공·냉동 포장 위주여서 소비자 만족도가 낮다”며 “앞으로 HMR 제품의 신선도와 영양까지 지킬 수 있는 가공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선한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HMR 제품 개발을 늘려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2014년 가정 간편식 업체의 국내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72.7%에 달해 식음료 전체(31.2%)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쌀을 제외한 국내산 비중은 50.6%로 떨어지는 실정이다.

국내산 농산물의 사용 비중을 늘리려면 고급 간편 가정식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편 가정식에 대해 친환경·로컬푸드 인증제를 실시하는 등 고급 제품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국내산 농산물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한영양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HMR을 만드는 기업들이 제품 생산 시 위생과 맛에 치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영양과 신선도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식품기업의 입장에선 품질을 조금 높이고자 하면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제품들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에게 가격을 갑자기 인상할 경우 가격논란과 함께 자칫 매출 감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게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영양학적 측면에서 업체들이 '프리미엄과 건강'을 내세운 간편식 제품을 많이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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